"좋아한다는 게 뭐죠?", "나도 몰라"

영화 '마치다군의 세계'는 고등학생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일종의 성장기다.

그래서 더 풋풋하고 순수하게 다가온다.

사람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마치다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배려가 넘친다.

반면 사람이 싫다며 학급 친구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이노하라는 마치다가 답답하면서도 그의 행동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영화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모두를 좋아하는 소년이 모두를 싫어하는 소녀를 만나 새로운 감정을 깨닫게 된다'는 다소 현실성 떨어지는 이야기를 영화는 그대로 재현한다.

만화를 실사화하며 현실감각을 깨우기보다는 만화의 순수함을 유지한다.

사랑을 배워가는 풋풋한 청춘…영화 '마치다군의 세계'
이노하라를 좋아하는 마음이 뭔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마치다를 답답해하다가 어느새 응원하게 되는 것도 이런 때 묻지 않은 순수함 때문이다.

영화의 후반부 "그때부터 좋아했던 거야. 그때도. 그때도"라며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마치다를 보면서 관객 역시 첫사랑 때 느꼈던 경이로움을 회상하게 된다.

영화에 이런 감수성이 물씬 묻어나는 데는 1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인 배우들의 활약도 한몫한다.

마치다 역은 호소다 가나타, 이노하라 역은 세키미즈 나기사가 맡았다.

아직 아무런 색을 갖지 않은 신인 배우만의 매력이 잘 어우러진다.

사랑을 배워가는 풋풋한 청춘…영화 '마치다군의 세계'
여기에 인지도 높은 배우진이 조연으로 대거 출연해 빈틈을 메운다.

일본 아이돌 AKB48의 멤버로 팬덤을 보유한 마에다 아쓰코가 마치다의 조력자 사카에 역을 맡았다.

드라마 '과보호의 카호코' 등에서 주연을 맡아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다카하타 미쓰키가 사쿠라 역을 연기한다.

이 밖에 연기파 배우 이케마쓰 소스케, 토다 에리카 등이 출연한다.

이시이 유야 감독의 특유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감성도 엿보인다.

이시이 감독은 '행복한 사전', '이별까지 7일',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등의 작품으로 차분하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앞선 작품과 '마치다군의 세계'가 다른 점이 있다면 학원물 특유의 명랑함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사랑을 배워가는 풋풋한 청춘…영화 '마치다군의 세계'
다만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영화 곳곳에서 오글거리는 대사나 과장된 행동들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젊은 관객층에는 친근하게 다가가겠지만, 연령대가 높은 관객으로서는 과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야기도 마치다의 시각에서 주변에 벌어지는 일들을 '착한 마음'으로 다가가다 보니 큰 갈등이 없다.

이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져 120분의 러닝타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오는 12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