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횡령 252억·뇌물 89억 항소심 판결 그대로 인정
2007년 대선 경선 이후 '다스 실소유주 논란' 종지부
MB "최후의 보루 사법부 기대했는데…법치 무너져"

대법 “다스는 MB 것”
29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5월 재판이 시작된 지 2년5개월여 만이다.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서 횡령한 금액을 1심이 인정한 247억원보다 5억원 많은 252억원으로 판단했다. 다스에서 지급된 허위 급여와 승용차 구입비 등을 추가 횡령액으로 인정했다. 삼성이 낸 다스 소송 비용 등 89억원도 뇌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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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은 올초 항소심 판결 직후 보석 취소 결정에 재항고하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징역 17년이 확정돼 수감이 불가피해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30일 병원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 일정이 있다”며 연기를 신청했다. 대검으로부터 집행촉탁을 받은 서울중앙지검도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2일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3년 만에 차명재산 논란 ‘마침표’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논란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을 다스와 투자자문사 BBK의 실소유주로 지목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해당 의혹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수차례 부인했다. 2007년 말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었고 BBK 주가 조작과 이명박 후보의 연관성도 없다”는 모호한 결론을 냈다. 2008년 ‘BBK 특별검사팀’은 다스를 포함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의혹에 대해 수사했지만 측근들이 모두 입을 다물면서 역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사이 이 전 대통령은 대선에 승리해 2008년 임기를 시작했다.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가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스 전·현직 임직원과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입을 열었다. ‘집사’ 역할을 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재산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이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결국 수사 석 달여 만인 2018년 4월 이 전 대통령은 구속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한 직후 “법치가 무너졌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에 임했던 것은 사법부가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 때문이었다”며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서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야권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두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에 한해 가능하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