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철, 편가르기·수사지휘권 발동에 `항의성 결단'
추미애, `라임 수사' 동력약화 차단…조기 수습 나서
남부지검장, 사의 표명에…秋 후속인사 카드로 '맞불'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의 22일 사의 표명은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편가르기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항의성 결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사 비위를 고의로 은폐하거나 야당 정치인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라는 해명에도, 검찰 수사의 공정성 시비가 수그러들지 않자 수사책임자로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을 놓고 검찰 내부는 크게 술렁였고, 추 장관은 곧바로 후속 인사를 하겠다며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남부지검장, 사의 표명에…秋 후속인사 카드로 '맞불'
◇ 박순철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 한탄

박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사의를 표명하며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총장이 가족 관련 수사 지휘를 스스로 회피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조항을 거론하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의 법적 타당성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박 지검장이 수사의 공정성 시비와 함께 '친여 검사'로 분류된 데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박 지검장은 의정부지검장 시절 윤 총장 장모 최모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을 맡아 최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지난 8월 인사에서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으로 자리까지 옮겨 '추미애 라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와 관련, 박 지검장은 "의정부지검은 정치적 고려 없이 해당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는데 언론에서 제가 누구 편이라고 보도됐다"며 "이렇게 해서 또 1명의 정치 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라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강원 인제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뒤 부산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대검찰청 연구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형사정책단장,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부단장을 거쳐 창원지검장과 의정부지검장을 역임했다.
남부지검장, 사의 표명에…秋 후속인사 카드로 '맞불'
◇ 추미애, 만류 없이 '원포인트' 인사 예고

법무부는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신속하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법무부 관계자는 "많이 놀랐고 당혹스럽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추 장관은 박 지검장의 사의를 전달받은 지 3시간 반 만에 유감 표명과 함께 "금명간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추 장관의 발 빠른 대응을 놓고 자신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비판하며 윤 총장을 두둔한 것에 대한 불만이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라임 수사의 동력이 약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추 장관은 "남부지검 수사팀은 흔들림 없이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진실 규명에 전념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주문했다.
남부지검장, 사의 표명에…秋 후속인사 카드로 '맞불'
◇ '수장 공백'에 남부지검 충격…검찰 술렁

라임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남부지검의 한 검사는 "지금 다들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도 "솔직히 다들 검사장님과 같은 마음 아니겠느냐"며 "분위기가 안 좋다"고 전했다.

지검장 공석으로 인한 수사 차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남부지검은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하고 단일 검찰청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국회를 관할하는 데다 증권 범죄에 특화돼있어 계류된 사건도 많다.

남부지검뿐 아니라 검찰 전체적으로도 술렁이는 모습이다.

지방 검찰청의 한 간부급 검사는 "법무부 장관은 총장만을 지휘하게 돼 있는데, 총장 지휘를 배제하면서 남부지검에 수사 의뢰를 보내는 건 사실상 남부지검장에 대한 수사 지휘"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