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세브란스에서 뇌출혈 70대 장례 예배·화상으로 가족 연결
코로나19로 입국 못 한 미국의 가족…병원 도움으로 부친 장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 입국하지 못한 가족이 국내에서 혼자 살다가 위독해져 입원 중 숨진 부친 장례를 병원 도움으로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원목실에 지난 9월 3일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하셨는데, 가족 모두가 미국에 있어서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내용의 간절한 호소였다.

가족이 입국하기 위해서는 직장 문제와 어린 자녀들이 여권을 발급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도착 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일정 기간을 자가 격리가 불가피해 제시간에 아버님을 뵐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가족들은 뇌출혈로 수술받은 이후 요양병원을 거쳐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78)의 임종뿐만 아니라 장례조차 치르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병원 원목실에 연락을 취한 것이다.

이에 병원 원목실 김기철 목사와 문애경 전도사는 메일을 받은 날부터 매일 환우를 찾아 기도와 예배를 드리고 화상 통화로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버지는 같은 달 26일 끝내 유명을 달리했으며, 원목실은 가족을 대신해 고인의 장례식을 치렀고 현장 모습을 화상으로 연결해 가족에게 실시간 전송했다.

고인의 1남 1녀 자식과 가족들은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막막했는데, 병원 원목실에서 매일 기도하고 위로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시신을 병원에 기증했다.

고인은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살다가 2007년 아내를 잃은 뒤 2008년 혼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김기철 원목은 21일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원목실을 찾아주신 가족과 모든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병동과 중환자실, 원무과, 해부학 교실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