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2부(부장판사 염호준)는 16일 위메프(피고)의 ‘11데이’ ‘111데이’ 등의 행사가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11번가(원고)가 21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위메프는 매달 월, 일의 숫자가 겹칠 때 ‘OO데이’라는 명칭으로 할인 행사에 나섰다. 예를 들어 1월 1일에 ‘11데이’, 1월 11일 ‘111데이’, 11월 11일에는 ‘1111데이’로 판촉을 벌인 것이다.
이에 11번가는 작년 3월 해당 할인 행사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고, 그 결과 사업상 손해가 발생했다며 21억원대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11’이라는 숫자는 11번가의 정체성과 연관되는데 위메프가 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취지였다. 11번가는 작년 12월 특허청에 ‘11데이’ 상표 등록을 마쳤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11데이’ 등의 문구를 ‘상표’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들 문구가 단순히 1월 1일이나 1월 11일 등 날짜를 설명하기 위해 쓴 표현에 불과하며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위메프를 대리한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위메프의 행사는 11번가 상표권과는 무관하다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1주일 이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내 e커머스 기업들의 ‘OO데이’를 둘러싼 분쟁은 동종업계 간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됐다. 인터넷 등에 ‘OO데이’라고 검색하면 자사 쇼핑몰로 먼저 들어오도록 유도할 수 있어 그동안 ‘OO데이’ 상표권 분쟁이 여러 번 제기됐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