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주도 경제의 이 같은 역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정부가 2025년까지 국비만 114조원 넘게 투입한다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이다. 이 중 디지털 뉴딜의 상징 사업으로 제시한 ‘데이터 댐’만 해도 그렇다. 데이터는 무엇보다 품질이 중요해 활용할 사업자가 데이터를 구축하는 게 효율적이다. 지금처럼 구체적 목표 없이 데이터를 모으는 게 과연 쓸모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판 뉴딜의 또 다른 축으로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내세운 그린 뉴딜 사업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공히 마중물 역할에 그쳐야 할 정부의 재정 투입보다 더 중요한, 민간의 혁신과 투자를 위한 규제개혁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지금 상태로 가면 정부가 한국판 뉴딜에 혈세만 쏟아부을 뿐 제대로 된 산업이 탄생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확신을 갖기 어렵다. 한국판 뉴딜이 관주도 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사업목표와 운영방식, 규모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와 함께 민간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규제개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