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잠 못 드는 보험사 CF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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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선 동양생명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화제다. 국내 보험사들에 2년 넘게 닫혀 있던 해외 채권발행 시장에서 3억달러(약 3500억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년 전 국내에서 10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데도 애를 먹었는데, 이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자본을 단숨에 해외에서 끌어왔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졌지만 발행회사가 추가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자본 확충에 목마른 다른 보험사들로선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2023년 새 보험업 회계처리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미리 자본을 쌓아둬야 하는 처지다. 모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아래에선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자본을 늘려놔야 자산 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이 때문에 3~4년 전부터 보험사들은 영구채나 후순위채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적립하고 있다. 그럼에도 MG손해보험(3월말 기준 104.3%)과 하나손해보험(옛 더케이손해보험 128.3%) 등 일부 보험사들은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150%)에 못 미치고 있다. DB생명(6월 말 기준 163.4%) 롯데손해보험(177.0%) 흥국화재(181.8%) 등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동양생명의 자본 확충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우리도 영구채나 후순위채 발행이 가능하냐”는 여러 보험사의 문의가 주요 외국계 증권사에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 외화 영구채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의 마지노선인 ‘BBB-’였다는 점도 ‘우리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게 했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보험사들의 절실함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운용수익을 올리기는 더 어려워졌다. 보험 가입자를 단숨에 늘리기도 쉽지 않다.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대형 금융그룹의 계열사를 제외하면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곳이 손에 꼽힌다는 평가다. 대주주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주주들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긴 더욱 어렵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와 후순위채 발행도 사실상 대형사에만 국한된 조달수단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악화 우려로 비우량 회사채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돼서다. 올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던 롯데손보(신용등급 A-) 흥국화재(A) 푸본현대생명(A)이 연이어 목표한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핵심 투자자 역할을 해온 공제회와 증권사 소매판매(리테일)부서가 우량채권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이후 AA-등급 미만 영구채·후순위채 투자를 꺼리고 있는 탓이다. 보험사 영구채·후순위채는 연기금과 보험사 등 여러 대형 기관이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오래 전부터 공제회와 리테일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상황이 이러니 IFRS17 도입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재무 담당자들이 제한된 자본 확충수단 중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평가다. IB업계에선 앞으로 2년여간 충분한 자본 적립에 실패한 보험사들이 잇달아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주인으로부터 자본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영업기반이 약하거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곳은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대형 증권사 IB 담당임원은 “여러 보험사가 앞으로 생존을 위한 자본 확충 전략을 짜는 데 매진하게 될 것”이라며 “자본 조달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등으로 보험업계는 한동안 지각변동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자본 확충에 목마른 다른 보험사들로선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2023년 새 보험업 회계처리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미리 자본을 쌓아둬야 하는 처지다. 모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아래에선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자본을 늘려놔야 자산 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이 때문에 3~4년 전부터 보험사들은 영구채나 후순위채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적립하고 있다. 그럼에도 MG손해보험(3월말 기준 104.3%)과 하나손해보험(옛 더케이손해보험 128.3%) 등 일부 보험사들은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150%)에 못 미치고 있다. DB생명(6월 말 기준 163.4%) 롯데손해보험(177.0%) 흥국화재(181.8%) 등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동양생명의 자본 확충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우리도 영구채나 후순위채 발행이 가능하냐”는 여러 보험사의 문의가 주요 외국계 증권사에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 외화 영구채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의 마지노선인 ‘BBB-’였다는 점도 ‘우리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게 했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보험사들의 절실함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운용수익을 올리기는 더 어려워졌다. 보험 가입자를 단숨에 늘리기도 쉽지 않다.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대형 금융그룹의 계열사를 제외하면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곳이 손에 꼽힌다는 평가다. 대주주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주주들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긴 더욱 어렵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와 후순위채 발행도 사실상 대형사에만 국한된 조달수단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악화 우려로 비우량 회사채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돼서다. 올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던 롯데손보(신용등급 A-) 흥국화재(A) 푸본현대생명(A)이 연이어 목표한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핵심 투자자 역할을 해온 공제회와 증권사 소매판매(리테일)부서가 우량채권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이후 AA-등급 미만 영구채·후순위채 투자를 꺼리고 있는 탓이다. 보험사 영구채·후순위채는 연기금과 보험사 등 여러 대형 기관이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오래 전부터 공제회와 리테일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상황이 이러니 IFRS17 도입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재무 담당자들이 제한된 자본 확충수단 중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평가다. IB업계에선 앞으로 2년여간 충분한 자본 적립에 실패한 보험사들이 잇달아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주인으로부터 자본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영업기반이 약하거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곳은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대형 증권사 IB 담당임원은 “여러 보험사가 앞으로 생존을 위한 자본 확충 전략을 짜는 데 매진하게 될 것”이라며 “자본 조달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등으로 보험업계는 한동안 지각변동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