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도소에 '지인능욕범'으로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학생이 사망했다. /사진=해당 사이트 캡쳐
디지털 교도소에 '지인능욕범'으로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학생이 사망했다. /사진=해당 사이트 캡쳐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 교소도'에 얼굴 사진과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학교 학생 A 씨(21)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디지털 교소도에 자신의 신상이 공개된 후 "사실이 아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 A 씨를 '지인능욕범'으로 지목하며 얼굴 사진과 학교, 전공, 학번 등 신상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또 A 씨가 음란물 제작을 요청한 증거라면서 누군가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과 음성 녹음파일도 공개했다.

이후 A 씨는 고려대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A 씨는 해당 글에서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다"면서도 "그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범행 사실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른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이 있다"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사이트 가입이 화근이 돼 전화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A 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4일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 씨의 동기라고 밝힌 B 씨가 올린 글이 퍼지고 있다.

B 씨는 "디지털 교소도 박제글을 보고 너무나도 억울하고 화가 나서 이 글을 쓴다"면서 디지털 교도소에 게재된 A 씨의 혐의와 관련된 글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비방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A 씨는 디지털 교도소에 '지인능욕범'으로 지목돼 신상이 공개된 이후 온갖 악플과 협박 전화, 문자 등에 시달렸다.

심한 스트레스로 지난 7월 한차례 쓰러진 뒤 8월 한달 동안 제주도에서 휴식하며 안정을 취했다. 하지만 복학하기로 마음 먹고 서울로 올라온 다음 날 심장마비로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5일 A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디지털 교소도에는 운영자를 비판하는 글과 함께 진상규명을 바라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A 씨의 빈소가 차려진 병원 홈페이지의 '사이버 조문실'에는 동기들과 고려대 학생들의 추모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디지털 교소도 운영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