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27일 사의를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민당 주요 파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3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오는 17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후임 자민당 총재를 새 총리로 선출할 계획이다. 자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체 당원이 참여하는 당 대회를 생략하고 소속 국회의원과 지부연합회 대표들만으로 구성된 양원총회에서 총재를 뽑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양원총회에서 차기 자민당 총재에 선출되려면 총 535표 가운데 과반인 268표를 확보해야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전날 총재 선거 출마 의향을 밝힌 스가 장관이 가장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소속 의원이 47명인 자민당 4대 계파 니카이파가 지지 입장을 나타내면서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중견·소장 의원 30여 명을 합해 약 80표를 확보했다. 여기에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와 2대 파벌인 아소파(54명), 다케시타파(54명)도 스가 장관을 지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들 파벌 의원 수를 합하면 280~290표에 달해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스가 장관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의원들이 파벌의 지지 후보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투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각각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출마 선언을 미룬 채 당 대회를 열어 총리를 선출해 전체적인 여론을 반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계파 세력(기시다파 47명), 여론 지지율 모두 스가 장관과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밀리는 모양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부총리는 기시다 정조회장을 “지금과 같은 유사시가 아니라 평시 총리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56%는 차기 총리의 재임 기간을 ‘4년 또는 4년 이상’으로 희망했다. 차기 일본 총리가 4년간 집권하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2001~2006년)에 이어 전후 일곱 번째 장수 총리가 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