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사고 현장 등 29년간 전국서 봉사…국민훈장 동백장 수여
장기간 봉사활동 비결은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 덕…"기쁘게 봉사하면 복 많아"
[#나눔동행] "봉사활동은 삶의 큰 활력소"…경남 김해 봉사왕 김경희씨
"봉사활동은 제 삶의 큰 활력소 입니다.

봉사 후 집안일도 잘 풀리네요.

"
경남 김해 칠산로에 거주하는 김경희(63) 경상남도 여성 리더 봉사회장은 자연재해 복구, 취약계층 반찬 지원 등 수십년간 다양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마스크까지 제작하며 취약계층에 온정을 더하고 있다.

김경희 씨의 봉사활동은 '봉사'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당시 경남 진해시 석동(현 창원시 진해구)에서 야채 가게를 운영하던 김 씨는 행정복지센터 권유로 등산로 정비 활동을 하며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누군가 해주겠지?' 했던 쓰레기 줍기, 등산로 정비를 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씨는 이후 진해농협 주부대학 동료들과 농촌 벼 베기를 하며 차츰 봉사의 즐거움을 느꼈다.

그는 "당시에는 '봉사활동'이라는 개념조차 드물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주부대학 동료와 단체로 웃으며 땀방울을 흘리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그의 봉사는 고향인 김해로 이사를 온 후 체계화됐고, 생업이 됐다.

2005년 동네 지인 권유로 '김해시 자원봉사회 칠산서부동'에 가입하면서부터다.

봉사회 가입 후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등 전국의 크고 작은 재해 현장을 누볐다.

그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새벽에 태안에 도착해 제대로 잠을 못 잔 상황에서 얼어붙은 기름을 제거하는 동료를 보고 많이 느꼈다"며 "당시 동료들과 마음을 나눈 것이 지금껏 활동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나눔동행] "봉사활동은 삶의 큰 활력소"…경남 김해 봉사왕 김경희씨
이후 김 씨는 김해시 자원봉사회 칠산서부동 회장 5년, 김해시 자원봉사회장 4년을 거치며 봉사가 일상이 됐다.

그는 "지난해 강원 고성 대형 산불 당시 4박 5일간 현장에 머물며 내 일처럼 이재민 밥 대접 등을 했다"며 "그때 지역민들이 '멀리서 와줘 고맙다'고 했던 일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소외 계층 및 지역 사회를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002년 낙동강변 붕괴 당시에는 21일간 수해 현장을 누볐다.

또 지역에서 쌀 지원 모금 활동과 독거노인 방문 등에도 앞장섰다.

특히 20년간 쌀 나눔 활동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에게 희망의 빛이 됐다.

문화 기부활동에도 애썼다.

베이비붐 세대로 구성된 '5060 라온 합창단' 창단회원으로 활동하며 청소년,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에 소리로 위로하며 문화 활동 기회를 제공했다.

[#나눔동행] "봉사활동은 삶의 큰 활력소"…경남 김해 봉사왕 김경희씨
김 씨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2017년 10월 19일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최근에는 집중 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경남 하동 화개장터, 합천군 수해 현장에도 방문해 수해 복구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또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당시 경상남도 여성 리더 봉사회 부회장직(현 회장)을 맡으며 봉사회원들과 다양한 예방 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 상황 속 천 마스크 2천여개를 동료들과 함께 제작해 도내 취약 계층 노인과 아동에게 전달했다.

한끼가 절실한 이웃에게는 도시락 및 밑반찬을 직접 만들어 날랐다.

김 씨는 장기간 봉사 활동한 비결에 대해 "모든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땀을 흘린 동료 덕분이다"며 공을 주변인에게 돌렸다.

이어 "저보다 더 열심히 활동하는 분도 많다"며 "동료와 함께 즐기면서 일을 했는데 직함 때문에 대표로 받은 것이다"고 겸손히 말했다.

그는 "봉사 활동은 삶의 활력소"라며 "봉사 활동 후 남편 사업을 비롯해 집안일이 잘 풀린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씨 영향을 받은 자녀들도 최근 유기견 2마리를 분양받고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