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공수처장 추천위원 선정을"
박병석 국회의장(사진)이 미래통합당에 이달 말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합당은 “장마철 집중호우 피해자 구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며 서두르지 않고 있다.

23일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에 따르면 박 의장은 지난 21일 통합당에 ‘정기국회 개회(다음달 1일) 전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지난 20일 민주당과 통합당 원내대표 간 회동 때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에게 이 같은 내용을 구두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지난해 말 관련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달 15일부터 시행됐지만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해 아직 출범도 하지 못하고 있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등 당연직 3명과 국회 교섭단체인 민주당 및 통합당이 2명씩 추천한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지난달 이미 추천위원 2명을 국회에 추천했지만 통합당 측은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위헌 소송 판단이 먼저 나와야 한다”며 추천을 보류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법을 바꿔서라도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다.

주 대표는 이에 대해 “독립적으로 일을 잘하고 있는 검찰을 제쳐놓고 공수처에 자기 사람을 임명하려는 이유가 뭐냐”며 “실제 민주당이 법을 바꾸려는 상황이 되면 그때 가서 (추천위원) 선정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긴 장마로 전례 없는 규모로 수재민이 발생했고 코로나19가 일파만파 번지는 상황에 집권당이 한가하게 공수처장 얘기나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 같은 칼잡이가 공수처장으로 오면 민주당부터 쑥대밭을 만들 것”이라며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는 게 표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다른 한 관계자는 “여야 역학구도를 볼 때 당분간 공수처 출범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