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치학은 가명으로 수강"…미 대학가 홍콩보안법 '경보'

중국 당국이 온라인 수업 파일 입수·학생 처벌할 가능성 경계

개학을 맞이한 미국 대학가에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경보가 켜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대학들이 홍콩 외 지역에서도 중국을 비판할 경우 처벌이 가능한 홍콩 보안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프린스턴대의 경우 중국 정치학 수강생들은 과제물 제출 시 신원 노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실명 대신 가명을 쓰게 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정치학 수업에선 홍콩 보안법 적용을 우려하는 학생들에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토론을 면제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과거 이 수업에선 중국 당국이 언급 자체를 꺼리는 신장 위구르 문제나 대만 등의 사안이 다뤄졌다.

또한 앰허스트대의 한 교수는 중국 관련 사안을 논의할 때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도록 익명 채팅앱을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WSJ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당수의 대학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도 홍콩 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고 전했다.

온라인 수업 파일이 중국 당국의 손에 흘러가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일 발효된 홍콩 보안법은 홍콩에서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 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38조는 홍콩 영주권자가 아닌 외국인도 홍콩 밖에서 해당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처벌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미국 대학에서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에도 홍콩 보안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37만여명에 달하는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더 확실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홍콩 보안법이 발효되기 전인 지난해에도 미네소타대에 다녔던 한 중국 유학생이 공산당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적인 트윗을 했다는 이유로 귀국 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프린스턴대에서 중국 정치학을 가르치는 로리 트루엑스 조교수는 "중국 당국이 무섭다는 이유로 수업에서 톈안먼(天安門) 사태나 신장 위구르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면 우리가 패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