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발언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467건)는 전달(9526건)의 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예비 수요자들이 ‘세금폭탄’ 같은 규제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정부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도 지난주 0.02%로 보합수준에 다가섰다. 하지만 이런 숫자들이 시장 실상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을까. 매매시장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고공행진하며, 임대차보호법 시행에도 전세난은 가중되는 판국이다. 23차례 대책을 내놨어도 도대체 달라진 게 뭔지 갸우뚱하게 만든다.
서울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76㎡짜리가 20억원을 돌파해 신고가 수준(20억5000만원)에 지난달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여 구청장 허가를 받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데도 그랬다. 신고가 행진은 반포·일원·중계·목동 등 서울 전역에서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 청약시장에선 최근 일원동, 수색증산뉴타운에서 경쟁률 100 대 1을 넘는 단지가 잇따라 나왔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부동산114, 14일 기준)도 1년 전보다 7.2% 올라 평균 5억원을 돌파했고, 국토연구원의 지난달 전세심리지수는 4년9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반(反)시장적인 규제 여파로 매매와 전세 모두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실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비장의 대책’을 내놔도 먹히지 않는 이유다. 정책실패 책임이 큰 청와대 정책라인과 장관들이 그대로 앉아 있으면서 “집값이 곧 내릴 것”이라며 ‘기우제’만 지내고 있으니 흐름이 바뀔 리 없다. 당·정·청은 국민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비 오는 광복절에 1만여 명이 모여 외친 “나라가 네 거냐”라는 구호가 무엇보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과감한 정책 전환 없이 더 센 규제만 고집하다간 ‘부동산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