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세제 혜택을 계속 주는 방식으로 구제에 나섰다. ‘7·10 부동산 대책’의 소급 적용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3년 전만 해도 민간임대 활성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의 혜택을 주며 임대사업을 권장한 정부였으니, 대책의 위헌 여부를 떠나 세제 혜택을 없앨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갈팡질팡한 임대사업자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기록적인 홍수 와중에도 부동산대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그제 서울 여의도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반대’ 집회에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고, 경기 과천에선 정부청사 유휴부지 주택건설 반대 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부동산 민심 이반에 화들짝 놀란 여당은 급기야 ‘고위공직자 다주택 강제 매각’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까지 내놨다. 애꿎은 공직자를 타깃 삼아 여론을 무마해보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자유민주국가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초법적 발상이다.

정부 부동산대책에 ‘졸속 시비’가 붙은 것은 지난 1일 열린 조세저항 시위에서 50대 여성이 임대사업 혜택 취소의 억울함을 절절하게 호소한 게 계기가 됐다. “낡은 빌라를 수리해 1년 임대료가 480만원 나오는데 종부세를 600만원 내게 됐다”며 “이건 세금이 아니고 폭력이고 살인”이라는 그의 항변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 그동안 숱한 비판이 쏟아져도 귓등으로 흘리던 정부가 이번에는 심상치 않은 국민 반발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다. 성난 민심이 대거 들고 일어나면 그제야 ‘땜질 처방’이라도 하는 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탈(脫)원전 정책 등이 숱한 부작용을 낳았지만, 정부·여당은 반발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일 때는 무시하기 일쑤였다. 자영업자, 기업인, 원전업계 등보다는 저소득층, 노동자, 환경주의자 등이 더 숫자가 많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이 정부는 ‘경제정책’도 ‘정치’로 접근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책 오판과 실패를 더이상 감추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문제 해결역량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지율 추락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대통령 비서실장과 그 밑의 수석들이 일괄 사의를 표했지만, 정작 정책 실패를 책임져야 할 정부와 청와대의 ‘정책 라인’은 국민에게 사과하는 시늉조차 없다. 정녕 ‘기적의 선방’을 하고,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니 여당 원내대표의 ‘국회 비상경제특위’ 설치 제안도 진정성을 의심받기 딱 좋다.

정부가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 곧바로 실책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게 책임있는 정부의 기본 자세다. 그토록 소통을 강조하던 정부가 어찌 이렇게 불통이 돼버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