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현 시인(40·사진)이 세 번째 시집 《호시절》(창비)을 출간했다. 2018년 제36회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인 《입술을 열면》(창비) 이후 2년 만에 신작 시집을 냈다.

김 시인은 우리 사회와 평범한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민낯을 다정하면서도 담대하게 들려줘 시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시집에선 사랑에 관한 애틋한 이야기들을 쓸쓸한 서정으로 담아냈다. 시인은 ‘우리의 호시절은 언제였을까? 우리에게 다시 좋은 시절이 올까?’라는 질문으로 출발한다. 계절의 반복, 시간의 순환 속에서 저마다의 상처와 시련도 ‘호시절’로 빛나던 애틋한 시절이었음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아름답게 기억되는 과거와 아름다운 현재, 아름다울 것이라고 꿈꾸는 미래를 찾아 나선다.

제목 ‘호시절’은 수록시 ‘좋은 시절’을 비롯해 시집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시를 쓰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하나의 감정이었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는 “시를 쓰며 ‘누구에게나 호시절이 있었다’는 아름답고도 쓸쓸한 문장이 생각났다”며 “이번 시집은 나의 호시절이자 누군가의 호시절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시인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슬픔에 집중한다. ‘시인의 말’에서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벌하며 살다가도 누군가 먼저 떠나면 크게 울고 만다는 사실이 이 시집에 담겨 있다”고 말한 대로 시집 전반에 ‘부모’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우리의 불’에선 “뒤에 남겨진 자식들이 먹어야 할 양식을 축내지 않기 위해” 부모인 두 노인이 서로 손을 맞잡고 황량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또 “나이 들수록 부모를 닮아가면서도//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당신”(손톱달)이나, 평생 “부모 마음 알 리 없는 자식”(부모의 여자 형제를 부르는 말)이란 표현을 통해 부모로서의 막막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종종 가장 큰 행복에 관해 생각할 때마다 사랑을 주고, 받는 존재를 떠올렸다”며 “부모의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나와 누군가의 삶, 한 시절을 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인의 시선은 고통받고 소외받는 존재들을 향해 있다. 강성은 시인은 발문을 통해 “시인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우리가 가진 언어로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커다란 사랑”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