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캇 컨템포러리 '다가올 것들에 대한 취향' 전
'힙한 감성' 속 묵직한 메시지…하산 하자즈 개인전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초록과 노랑 등 강렬한 원색이 어우러진 벽과 바닥에 시선을 빼앗긴다.

타일을 이어붙인 듯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벽지의 아랍어 문구와 낙타 문양 등이 공간을 외부와 다른 세상으로 바꿔놓았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5일 개막하는 하산 하자즈 개인전 '다가올 것들에 대한 취향' 전경이다.

하산 하자즈는 모로코와 영국을 오가며 사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한국에서 여는 개인전은 처음이다.

1961년 아프리카 대륙 북서쪽 끝의 이슬람 국가 모로코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시절 가족과 영국으로 이주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런던에서의 경험과 고향 북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접목한 개성 있는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고, 마돈나와 빌리 아일리시 등 톱스타들과도 작업했다.

'힙한 감성' 속 묵직한 메시지…하산 하자즈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사진을 비롯해 영상, 설치 등 22점을 선보인다.

문화적 혼종성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업은 유럽과 아프리카, 예술과 상업, 고급과 하위문화 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표면적으로는 화려한 색감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팝아트로 읽힌다.

작품 속 루이비통과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 로고, 패션 화보를 연상케 하는 파격적인 의상과 구도 등이 '힙한' 감성을 더한다.

통조림, 장난감, 타이어 등 모로코산 제품을 활용해 만든 작품 틀도 독특하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다가가 들여다보면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작품 속에 묵직한 문제의식도 엿보인다.

차별과 억압에 맞서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마이 록스타' 연작은 하자즈가 10년 넘게 마라케시, 런던, 파리, 두바이 거리에 팝업 사진 스튜디오를 열어 만난 이들을 촬영한 기록이다.

재즈 가수 호세 제임스 등 유명 연예인부터 언더그라운드 음악가, 타투 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 힙합 댄서, 무술인, 요리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밸리댄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맨 여성이 연상되지만, 실제 사진의 주인공은 남성이다.

명품 브랜드 신발, 선글라스와 두건, 방탄조끼 등으로 개성 있는 옷차림을 한 '게토 가스트로' 속 흑인 남성들은 주먹을 쥐고 있다.

2018년 작품 속 이들의 주먹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Black Lives Matter'의 의미다.

또 다른 대표 연작 '케시 엔젤스'와 '다카 마라키아'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로코의 좁은 골목길에 히잡을 쓰고 오토바이에 앉아있다.

여성들은 비밀스럽고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대담하고 당당하게 카메라를 응시한다.

작품 곳곳에 숨은 메시지를 밝히지 않지만, 작업에는 문화와 젠더 등에 대한 편견을 거부하는 작가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전시장 1층 벽지 문양은 모로코의 교통 안내판을 재해석한 것이다.

원래 의미는 '정지(Stop)'이지만, 작가는 철자를 살짝 바꿔 '깨어나라(Wake Up!)'는 뜻으로 썼다.

9월 27일까지.
'힙한 감성' 속 묵직한 메시지…하산 하자즈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