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SPC그룹의 부당지원행위를 주제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 있었다. SPC를 조사하는 공정위 조사관들이 새로운 증거를 회의 이틀 전에 새로 제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SPC 측 변호인은 물론 전원회의 위원 8명 중 절반은 제출된 증거를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회의에 들어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을 중심으로 공정위 공무원 4명, 민간 전문가 4명이 위원을 맡는 전원회의에서의 결정은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1심 판결과 맞먹는 무게를 지닌다. 그런 상황에서 사건 당사자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 형태로 증거 제출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회의에 제출된 자료 중 하나는 공정위 측이 임의로 조작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공정위는 SPC그룹의 주요 현안과 관련된 회의에 허영인 회장이 참석했다며 SPC에서 확보했다는 회의 참석도 한 장을 공개했다. 빨간색으로 덧칠된 곳이 허 회장이 앉았던 자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SPC가 넘겨준 처음 자료에는 허 회장이 당일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해당 자리에 앉았던 인물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빨간색 덧칠은 공정위가 확실한 근거 없이 임의로 해 전원회의에 넘긴 것이다.

29일 발표에서 논란이 된 SPC삼립의 통행세 문제에 대해서도 공정위 담당자는 말을 바꿨다. 담당자는 이날 보도자료와 발표를 통해 “SPC삼립은 생산계열사와 제빵계열사 사이에서 역할이 없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정식 발표가 끝난 뒤 질의에서는 “33억원 정도로 인정할 만한 역할은 했다”고 말을 바꿨다.

늦은 증거 제출과 통행세 관련 말바꾸기에 대해 담당자는 특별한 답을 하지 않았다. SPC가 제출한 자료를 임의로 왜곡한 이유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전원회의에 임박해 새로운 증거를 내는 것은 오래전 없어진 관행인데 의아하다”며 “공정위가 대부분 사건은 정상적으로 처리하다 정치적인 배경 등이 있으면 특히 무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번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