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후 7년 만
감독 "배우들에게 많이 의존한 영화"
영화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액션 영화다.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캐릭터들의 등장과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신선한 액션이 올 여름 시장에 승부수를 띄울 매력 포인트다.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의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엔 이정재, 박정민, 홍 감독이 참석했고 요르단서 영화 촬영 중인 배우 황정민은 화상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황정민은 "요르단에서 촬영 중이다.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마쳤다"고 말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이어 '교섭'을 위해 해외 촬영에 간 소감을 묻자 황정민은 "아시겠지만 결혼하신 분들은 해외 나가는거 되게 좋아하신다. 저도 되게 좋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홍 감독은 "황정민 선배가 또 해외 가신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자가격리도 해야하지 않나. 얼굴 좋아보이셔서 좋다"고 했다. 이정재는 "브라더~"라고 외치면서 안부를 물었다. 황정민은 "여기가 너무 건조하다. 45도 정도 된다. 잘 촬영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정재는 "건강 조심히 잘 찍고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2013년 영화 '신세계' 이후로 두 번째로 조우하게 됐다. 황정민은 "이정재와 친한 사이라 흥분했었다. '신세계' 때 행복하게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 이렇게 만나게 되어 제겐 큰 행운이었다. 어떤 식으로 재밌게 해나갈지 기대감이 컸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작품을 했던 배우와 두번 세번 할 기회는 거의 없는거 같다. 황정민과 다시 하게 되어 정말 인연이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캐스팅이 되어 있었다. 결정 하는데 있어서도 황정민의 역할이 꽤 컸다. 이번엔 서로 캐릭터가 다른데, 기대했고, 흥분했다"고 거들었다.
'다만악'황정민은 처절한 암살자 ‘인남’으로 돌아온다. 그간 보지 못했던 리얼한 액션은 물론 부성애를 다루는 캐릭터의 감정선까지 디테일한 연기를 펼치며 ‘인남’을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로 완성했다.
그는 "작품 선택의 큰 이유가 대사가 없어서 선택했다"고 해맑게 말했다. 이어 "'공작'이란 작품에서 대사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오히려 대사가 없으니 더 어렵더라. 감정을 말 없이 전달하려니 힘들었다. 감독님, 배우들과 작업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영화에서 이정재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 역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사한다. 특히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도 제 옷을 입은 듯한 놀라운 소화력을 보여준 그는 한국영화에서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캐릭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연기자 입장에서 정해져 있는 것이 없으니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있었다. 넓은 곳에서 차근차근, 조금씩 좁혀나가며 테스트하며 결정했다. 과정이 굉장히 재밌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했던 캐릭터 중 어렵고 힘든 것 하나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놀라운 스타일의 액션을 선보인 이정재는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힘들었다.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다. 저희 영화는 확실한 액션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촬영한 분량도 그렇고 모든 액션 장면들이 꽤 멋있고 정교하게 찍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악'에서 박정민은 황정민, 이정재가 꼽은 히든카드다. 스포일러 때문에 디테일한 설명은 자제했다. 박정민은 출연 이유에 대해 "큰 고민없이 선택했다. 시나리오 너무 재밌고 너무 좋아하는 선배들이 나왔다. 홍원찬 감독과도 함께 한 적 있는데, 좋은 기억이 있다. 고민이 됐던 것은 그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접근을 해야하는가 연구를 할 때 조심스럽고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이라는 특성있는 캐릭터가 눈에 띄게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시나리오를 보고, 그 지점에서 연구를 했다. 유이도 자신의 과거, 죄의식, 가족에 대한 마음이 부채처럼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 마음을 이해하는데 중점을 둬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홍원찬 감독은 "'오피스' 때 같이 했던 경험이 있어 먼저 책을 주고 싶었다. 캐릭터 연구를 많이하는 태도를 알고 있었다. 또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많은 친구인 것도 알고 있었다. 결코 쉬운 역할은 아니지않나. 이 친구는 호기심을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황정민, 이정재에 대해 홍 감독은 "두 분이 한 작품에 모이는 것 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그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이전에 두분이 같이한 작품과는 다른 캐릭터다. 그와는 다르게 두 분의 케미를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보여줬던 역할과는 완전히 다른 역할이라 새로운 모습을 언제든지 보여줄 분들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지켜봤었다"고 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쫓고 쫓기는 극한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액션은 장르적 쾌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부터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폭발하는 감정 액션까지 스타일리시한 추격액션 영화다운 생동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정재는 "제가 고민했던 여러가지 부분이 있다. 황정민형과 연기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하고 싶었다. 핵심이 무엇일까 많이 생각했다. 과도하게 연기한다던가, 그 캐릭터에 치장을 과도하게 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데 왠지 이 캐릭터는 경계선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홍원찬 감독은 "장르적 특성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장르 영화를 한다는 건, 익숙한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아울러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의 원형이 있지 않나. 그런 원형은 기존 작품에서 변주되어 나왔었다. 저희도 큰 틀에선 원형을 따르는데 조금 더 이 영화만의 다른 방식, 스타일들을 부여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고민 끝에 레이(이정재) 캐릭터가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액션의 클라이막스와 감정의 클라이막스가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황정민을 비롯한 모든 배우가 너무나 베테랑이다. 배우들에 대한 의존이 컸던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오는 8월 5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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