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버리면서 그 안의 마음 정리하는 '청소법' 담았죠"
“첫 번째 에세이집이 아픔, 두 번째 에세이집이 회복을 얘기했다면 이번엔 버리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물에서 시작하는 점이 조금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결국 사람 이야기로 끝나더라고요.”

문보영 시인(28·사진)은 최근 출간한 세 번째 에세이집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웨일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문 시인은 “‘불안’이라는 주된 감정을 이야기하며 타인의 우울과 행복에 대해 따스한 시선으로 염원해 주는 내용들을 이번 에세이에 담았다”고 27일 말했다. “예전에 우울증을 앓았다가 벗어나보니 절망감이나 좌절감은 사라지고 자잘한 불안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잘하고 싶어서,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그 불안들은 저를 한 단계 발전시켰습니다. 다시 삶을 건강하게 바라보게 해줬죠.”

문 시인은 첫 시집 《책기둥》으로 2017년 김수영문학상을 받으며 대중과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지난해 5월 첫 에세이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과 11월에 두 번째 에세이 《준최선의 롱런》을 내놨다. 1년 남짓한 기간에 에세이집 세 권을 연이어 낸 동력은 무엇일까. “쓰는 속도 차이인 거 같아요. 시는 많은 시간을 지속적으로 투자해도 간신히 몇 편 쓸 정도로 티가 안 나죠. 반면 일기는 시가 안 써질 때도 쓰고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은 뒤에도 계속 써져요. 매진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일기를 매일 조금씩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이번 에세이집에는 사물을 버림으로써 그 안에 있던 마음을 정리하는 이른바 ‘문보영표 마음청소법’을 담았다고 했다. “어느 날 쓰레기통을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 놀랐어요. 그런데 내가 버린 것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더군요. 그래서 버린 물건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 대상에 관한 일기를 썼죠. 무엇보다 버리기 전 물건에 관한 일기를 쓰면 그 일부가 제게 남아 있는 것 같고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록된 에세이 중에는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 무언가를 하나씩 버려보는 건 어떨까. 버린 만큼의 무게도 슬픔의 무게도,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문 시인은 언제 버림을 생각할까. “쓰레기통에 무언가 버릴 때 쾌감이 있죠. 여행을 떠날 때 일부러 거의 다 쓴 물건을 갖고 가는데 버릴 때마다 배낭 무게가 가벼워지잖아요. 다 버리고 나 하나만의 무게만 감당한 채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들죠. 막상 버리고 나면 그것 없이도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런 순간들이 좋더라고요.”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