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기업어음(CP)을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에 이어 롯데하이마트와 부산롯데호텔도 장기 CP를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차입 여건이 나빠지자 비교적 발행이 수월한 CP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평가다.

롯데하이마트는 다음달 6일 2년 만기 CP 1000억원어치를 공모로 발행한다고 27일 공시했다. 이 회사가 만기 1년 이상의 CP를 발행하는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부산롯데호텔도 비슷한 시기 만기 2~3년으로 1500억원 규모 CP를 발행할 계획이다. 최근 회사채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CP 시장을 대체 조달처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CP는 만기가 1년 이상이면 투자 위험 내용을 적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회사채처럼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발행 기업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덜 노출된다. 이런 이유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과 신동빈 회장의 재판 등 여러 악재에 휩싸인 2017년에도 CP 시장을 활발히 드나들었다.

CP 시장이 차츰 안정을 찾고 있는 것도 롯데 계열사들이 CP를 조달 수단으로 택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3월 한때 연 2.23%까지 올랐던 A1등급 CP 평균금리(91일물)는 연 1.4%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 도입 등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고비를 넘겼다. 반면 3월 말 연 2%대에 진입한 AA-등급 회사채 금리(3년물)는 여전히 연 2.1~2.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