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와 주행거리 조건만 맞으면 자동차 가격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전기차 보조금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책정한 보조금이 값비싼 전기차를 앞세운 외국 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보급된 1억원 이상 고가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X와 모델S, 메르세데스벤츠 EQC, 재규어 I페이스 등 4개 모델 382대로, 2018년 상반기 2개 모델 212대보다 80.2% 급증했다. 가격이 1억799만원에 달하는 테슬라 ‘모델S 롱레인지’를 사면 국가보조금 771만원과 지역에 따라 400만~1000만원의 자자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인기가 높은 테슬라는 연말까지 2000억원의 보조금 혜택을 누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 세금으로 주는 보조금이 국내 고용과 투자에 기여하지 않는 수입차 보급에 쓰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온당치 못하다.

정부가 처음부터 친환경차 산업 육성을 고려한 보조금 제도를 운영했다면 2018년 전기버스 보조금의 40.4%가 중국 업체에 지급된 데 이어, 올 1분기 전기승용차 보조금의 50%가 테슬라에 돌아가는 어이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까다롭게 운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은 업체별 보조금 지급대수를 제한해 후발업체 진입 등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독일은 일정 가격 이상인 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등 중저가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한 환경부는 내년 전기차 보조금을 어떻게 고칠지 논의하겠다고 한다. 국내 차업계는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일정비율 이상의 한국산 부품과 KS규격 적합 배터리 사용, 서비스센터 필수 운영기간 설정, AS 정비공장 구축 의무화 등을 지급기준에 넣어달라는 의견을 냈다. 환경부는 국산 친환경차를 키울 전기차 보조금제도 개편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