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 재점검을 위한 재실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인수가격 등 재협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 파기에 대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HDC현산은 26일 “인수 상황 재점검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다음달 중순부터 12주가량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의 재실사에 나설 것을 지난 24일 공문을 통해 제안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항공산업 정상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최초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HDC현산은 재실사의 이유로 △지난해 말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했고 △영구전환 사채 발행이 자신들의 사전 동의 없이 이뤄졌으며 △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이 실행된 점을 지적했다. HDC현산은 지난 4월부터 15차례나 인수 상황 재점검을 요구했지만 금호산업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계약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거래종결일을 지정해 통보한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4일 거래종결 요구를 위한 내용증명을 HDC현산에 보냈다. HDC현산은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종결을 요구하는 것은 계약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금호산업의 계약해제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이번 재실사 요구가 HDC현산이 인수 파기와 함께 이미 납부한 2500억원의 계약금 회수를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양측 모두 향후 계약 파기에 따른 소송전에 대비해 계약 불이행의 귀책사유를 따지는 절차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의 움직임을 보면 이스타항공을 포기한 제주항공이 밟은 수순과 비슷하다”며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경민/신연수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