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코로나 시대, 저임금 근로자의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필수 근로자들에게 미국은 이미 충분한 찬사를 보냈다. 이제는 최저임금 인상을 넘어 이들을 위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바로 기술 혁신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다.

미국 근로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저임금 근로자들은 기술, 금융,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 일하는 고학력 근로자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다. 1970년대 이후 대졸 미만 학력을 보유한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정체 상태고, 고졸 이하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들 대부분은 병원, 요양원, 창고, 배송센터, 식료품점 등에서 일하며 코로나19 최전방에 있다. 그들이 경제와 사회에 큰 기여를 한 점에 대해 모두가 감사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우리는 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변화는 가능하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저임금 근로자의 경제력은 갈수록 약해졌다. 소수민족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재 미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로 1968년 이후 실질적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기술은 저임금 근로자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오늘날 미국 산업은 1970년대보다 훨씬 더 자동화됐다. 만약 노동조합이 근로자 임금 인상을 추진한다면,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으로 근로자를 대체하려는 기업들의 욕구는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근로자를 대체하는 자동화가 활발하게 이뤄진 이유는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정책 때문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례로 미 세법은 기업들이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자동화를 택하도록 장려하는 구조다.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면 정부는 소득세와 급여세를 모두 징수해 간다. 반면 자동화한 기업은 세금을 적게 내고, 설비의 감가상각분까지 감안하면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들이 인간의 노동력을 배제하는 사업모델을 택해도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정부가 과학 연구와 기술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통적’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임금 근로자만이 유일한 피해자는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모든 근로자의 임금 상승세가 둔화됐다. 불균형한 성장은 사회적 응집력, 민주적 원칙과 제도를 갉아먹고 있다.

우리는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이 아니라 인간을 보완하는 쪽으로 기술이 발전하도록 역량을 다해야 한다. 근로자를 우선으로 하는 기술 발전은 결국 근로자의 협상력 증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기술 정책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다. 미국은 1940년대에 모든 역량을 군수산업에 동원했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산업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산업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면 인간의 생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탄생한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결과였다.

친환경 에너지산업의 사례를 지금 우리 문제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과도한 자동화 추구가 인간의 번영이 아니라 파멸로 이어질 가능성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계량과 측정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등 배출량에 비례해 비용을 지급해야 하듯이 자동화를 추구하고 자본이득에 집중하는 기업에는 부담을 지워야 한다. 반대로 근로자 채용에 힘쓰는 경우는 장려돼야 한다.

자동화가 문제는 아니다. 로봇과 AI 등 첨단 기술은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화합을 위해 이런 혜택은 모든 근로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는 근로자를 대체하는 자동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기존 정책의 뼈대를 정비하지 않으면 더 많은 근로자가 위기에 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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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