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조사할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맡은 서울시 현직 간부가 피해자 측 기자회견을 연기토록 하려고 했던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서울시의 조사단 구성 시도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사건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고소인 측 기자회견 당일인 13일 오전 11시 39분께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다"고 밝혔다.
다만 김 변호사는 당시 미처 전화를 받지 못했고 문자에도 답하지 못했으며, 그 전에 송 실장과 연락을 주고받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13일 오후 2시에 시작된 피해자 측 기자회견에 고소인 본인은 나오지 않았으며, 김 변호사와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13일은 박 전 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날이어서 유족 측 부탁을 받아 송 실장이 고소인 측에 기자회견을 미뤄 달라고 요청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 영결식은 서울시청에서 13일 오전 8시 30분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열렸다.
이 관계자는 "여성계와 접점이 있는 송 실장이 기자회견을 미뤄 달라고 고소인 측에 요청하려고 한 데에 문제가 없고, 또 위촉의 최종 권한은 시장 권한대행에게 있으므로 이런 연기 요청을 고소인 측에 시도한 송 실장이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주도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신으로, 올해 3월 30일자로 2년 임기의 개방형 직위인 여성가족정책실장으로 임용됐다.
송 실장이 피해자 측 기자회견 연기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송 실장이 구성을 주도할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 추가로 의문이 제기될 공산이 커졌다.
피해자 측 변호인과 여성단체 등은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에 고소인이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며 서울시의 조사 의지와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경찰이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자료를 확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송 실장 본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응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