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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한우값 급등락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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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한우값 급등락한 사연
    한우값이 묘하다. ‘단군 이래 최고가 찍은 한우’라는 큰 제목으로 지난 5월 23일 한경 1면에까지 올랐던 한우값이 1㎏에 10만원을 넘었다가 최근 들어 내림세다.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정육이든 주택이든 예외가 없다. 한우값 하락을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약발이 끝났다는 평가를 한다.

    그렇게 보면 한우값은 묘한 게 아니라 정직하기만 하다. 작위적이든, 일시적이든 재난지원금 살포에 따른 수요 급증이 가격을 끌어올렸고, 재난지원금이 두 달 만에 바닥나면서 수요가 줄자 가격은 내렸다. 축산농가의 반출량, 수입업자의 물량 조정에 따라 소고기 가격은 출렁거리며 균형을 찾을 것이다.

    정작 묘한 것은 ‘공짜’에 대한 미신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말도 있지만 ‘세상에 없는 게 비밀과 정답, 그리고 공짜’라는 우리 시대의 격언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공짜를 믿는 ‘무늬만 현대인’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공짜에 대한 미신이나 오해가 생기는 주된 원인은 가격과 비용의 기본구조와 원리를 모르거나 외면하기 때문이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외에 보이지 않는 이면을 못 보는 것이다. 내가 누리는 것에 대해 ‘당장 내가 계산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지불한다’는 정도의 판단은 해야 정상이다. 모든 형태의 비용은 누가 됐든,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라도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이 점만 깨달아도 경제의 큰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복지나 정부지출에서는 수혜자와 부담자가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비용구조도 복층적이다. 때로는 수혜자와 지불자가 모호한 것처럼 보인다. 눈앞의 일이 공짜라는 착시에 빠질 만하다. 더구나 선동 정치꾼과 ‘분식(粉飾)행정’에 능한 관료집단은 종종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데도 선수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공짜는 복지국가의 기본 책무로 기형화된다. 그래서 비용이나 실질 부담자를 따지는 게 ‘복지국가 건설의 방해자’쯤으로 내몰릴 때도 있다.

    급등락한 한우값이 재난지원금의 뻔한 효과를 확인시켜 준다. “반짝 경기라 고 해도 두 달 효과라면 그게 어디냐”라고 할 일이 아니다. ‘국민 한우파티’ 몇 번 열자고 14조원 추경예산을 동원할 만큼 부실재정, 부채공화국의 실상은 여유롭지 못하다. 나랏빚을 키우는 지출인 만큼 경제살리기 마중물이 되도록 좀 더 생산적인 데 쓰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쇼크 와중에도 ‘이밥에 고깃국’ 먹지 않았느냐”라는 데로 생각이 미치면 더 서글퍼진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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