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왜 해야합니까"…정호영 LGD 사장 '디테일 경영'
“이 프로젝트를 왜 해야 합니까.”

LG디스플레이 임원들은 정호영 사장(사진)이 주재하는 경영 회의에 들어가면 진땀을 흘린다. LG그룹의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인 정 사장이 매번 핵심을 파고드는 ‘송곳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주요 현안에 대해 먼저 ‘왜(why)’를 묻고, 안건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살핀 뒤에야 정 사장은 ‘오케이(OK)’ 사인을 낸다고 한다. LG 관계자는 “정 사장은 주도면밀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라며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을 조정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LG디스플레이에 딱 맞는 구원투수”라고 평가했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정 사장의 경영철학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기자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정 사장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고 질의응답을 받는 다른 CEO와 달리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LG디스플레이의 향후 전략과 주요 과제를 설명했다. 그가 당시 제시한 ‘LCD 사업의 노트북, 모니터용 중심 전환’ 전략은 6개월이 지난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게임용 모니터, 노트북 수요가 급증하면서 경기 파주 LCD공장의 정보기술(IT) 제품 생산라인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정 사장은 일반 직원들과는 활발하게 소통하며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소통을 위해 각 사업장을 불시에 방문하는 ‘팝업 출장’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5월 말 경기 파주 공장을 찾아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직접 사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직원들과 댓글로 소통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라는 게 LG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의 전언이다.

정 사장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과제는 ‘광저우 OLED 신공장 가동’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광저우 공장에서 대형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한다. 샤프, 화웨이 등 OLED TV 제조를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OLED 패널 공급은 부족하다.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공장에서 55·65·77인치 TV용 패널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리면 글로벌 시장에도 상당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의 흑자 전환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올 하반기 애플 아이폰12용 패널을 납품하기로 한 것은 실적 개선에 ‘청신호’로 여겨진다.

황정수/이수빈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