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시끄럽다. ‘프랑스판 조지 플로이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로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남성이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르몽드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인종차별 및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미국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촉발된 반 인종차별 시위가 프랑스에서는 2016년 사망한 아다마 트라오레 사망 사건 및 최근 밝혀진 세드리크 슈비아 사망 사건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인 43세 흑인 남성 세드리크 슈비아는 파리 에펠탑 인근을 지나다가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경찰관 4명이 슈비아를 강제로 엎드리게 한 채 목 뒷부분을 눌렀다. 그는 7번이나 “숨이 막힌다” “숨쉴 수 없다”면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이틀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질식 등이 사인으로 나왔다.

이 사건은 최근 르몽드가 보도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이슈가 되면서 여론이 들끓자 경찰은 물리력을 행사했던 경찰 4명을 최근 입건하고 감찰 조사를 시작했다. 당국은 해당 경찰들에게 별다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경찰 측 변호인은 “현장에서 슈비아의 호소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23일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결고 “그 경찰관들이 왜 아직까지 정직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처벌을 요구했다. 또 과도한 신체 제압방식을 폐지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장했다.

또다른 이슈인 트라오레 사건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흑인 청년인 트라오레는 2016년 파리 근교 보몽쉬르우아즈에서 경찰의 추격을 받고 한 주택에 숨어있다가 체포돼 연행된 뒤 갑자기 숨졌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그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당시 트라오레를 체포했던 3명의 경찰관 중에서는 당시 체중을 실어 트라오레 위에 올라타 그를 제압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 해당 경찰관들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지난달 말 나오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트레오레의 여동생은 관련 시위에 참석해 “사회적, 인종적 차별과 경찰 폭력을 고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범죄 용의자의 목을 눌러 제압하는 방식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프랑스 내무부는 최근 이런 체포기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일단 폐지를 유예한 상태다.

프랑스 곳곳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구(舊) 식민지 국가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많은 프랑스에서는 특히 경찰의 인종차별이나 과도한 물리력 사용을 규탄하는 여론이 거세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