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전업계에서는 ‘거거익선(巨巨益善)’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제품 용량이 클 수록 잘 팔린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이 대형 가전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달 1~18일 에어컨, 냉장고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0%, 30% 늘었다고 22일 밝혔다. 식기세척기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120% 뛰었다. 이성재 롯데하이마트 잠실점 지점장은 “원래 6월이 가전 성수기가 아님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대용량 제품이 많이 판매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대형가전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 매장에서도 대용량 제품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가전 판매 비중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LG전자의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달 판매된 스타일러 중 10대 중 7대는 옷 6대를 걸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이었다. 올 초만해도 스타일러의 대용량 판매 비중은 55% 수준이었다.

LG전자는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도 대용량이 인기라고 전했다. 대용량 16㎏ 건조기는 이달 들어 LG전자의 국내 건조기 판매량 가운데 80% 비중을 차지했다. LG 디오스 식기세척기는 판매 중 90% 이상이 모두 12인용 스팀모델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이달들어 16㎏ 대용량 제품이 건조기 판매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의류관기기인 에어드레서 역시 판매 중 75% 가량이 대용량 제품이었다.

가전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데다 여유자금이 생기면서 대형가전을 소비하는 흐름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여행에 시간과 비용을 쓰던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여가시간 보내면서 가전을 교체하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재난지원금,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재난지원금을 외식비 등 다른 품목에 소비하고,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그만큼 더 소비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달 초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으뜸효율 환급사업 예산을 기존 1500억원에서 4500억원으로 늘렸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로 인해 가전 매출이 최대 3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구입하면 구매금액의 10%를 환급받을수 있어 이왕이면 대형으로 바꾸려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