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보좌관이 1차 미·북 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고 본안의 회고록에서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이 같이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책에서 2018년 4월12일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태 여파 와중에 카운터파트인 정 실장을 백악관 국가안보 사무실에서 만났던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2018년) 3월에 집무실에서 정 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며 "역설적으로 정 실장은 나중에 김 위원장에게 먼저 그런 초대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열정적인 춤 이름)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김정은이나 우리 쪽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보다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볼턴 전 보좌관은 "내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북한 비핵화 조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근본적인 미국의 국익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며 "그것은 내 관점에서 보면 실질적인 내용이 아니라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직후인 2018년 3월 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연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정 실장에게 다가오는 4·27 남북 정상회담 때 비핵화 논의를 피할 것을 촉구했다"며 "평양이 서울과 일본, 미국(한·미·일) 사이의 틈을 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미·일간 균열 심화가 북한이 선호하는 외교적 전략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워싱턴과 서울의 틈을 벌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가능한 한 긴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미국과 한국이 보조 맞추기를 유지하고 '트럼프가 한국의 타협'을 거부했다는 헤드라인을 피하길 원했다. 그러나 그(트럼프 대통령)는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종전 선언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논의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한국전에 대한 종전선언이었다"며 "나는 처음에는 종전 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후에 이것이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을만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며 "실질적으로 종전 아이디어는 그것이 좋게 들린다는 점을 빼고는 (채택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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