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재해 등으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특례법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또 위반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경영진의 안전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30년 만에 전면 개정돼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산안법은 6개월 만에 추가 개정되는 것이다. 노동계가 요구해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요구를 정부가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라고 경영계는 평가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근로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이후 건설현장의 추가적인 대형 화재 참사를 막자는 취지다.

이 장관은 “산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구형·양형 기준 강화를 추진하고, 위반기업에 경제적 제재와 경영책임자의 사업장 안전에 대한 책임을 높이는 산안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대책 내용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법의 취지를 반영한 특례법을 연내 입법하겠다는 방침은 수차례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는 “특례법 제정과 관련해 법무부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당 주문들을 검토 중”이라며 “연말까지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안전사고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대부분 ‘업무상 과실치사죄’(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로 처벌돼 가중처벌을 하더라도 최대 7년6개월 이하 금고에 처할 수밖에 없는 부당한 부분이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특례법에서 법정형 상향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서는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최근 강은미 의원(정의당)이 발의한 법안 등을 충분히 검토해 특례법 제정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강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사업주가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케 하면 3년 이상 징역이나 5000만원 이상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산안법은 같은 범죄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미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 내용을 담은 법이 시행 중인데 사실상 명칭만 다를 뿐 노동계 요구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