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마감된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에 아무도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내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송현동에 공터로 있는 대한항공 부지. 사진=연합뉴스
12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마감된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에 아무도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내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송현동에 공터로 있는 대한항공 부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조원 규모의 기업자산 매각 지원 기구를 설립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자산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사실상 공개 매각이 무산된 대한항공의 서울 송현동 부지도 매입 대상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마감된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에 아무도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내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투자설명서를 받아 가거나 인수 의사를 내비친 곳은 15곳에 달했으나 매각에는 아무도 예비 입찰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가 공원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본입찰에도 참여하는 곳은 없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위치. 자료=한국경제신문 DB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위치. 자료=한국경제신문 DB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골자로 한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최근 공고했다. 부지 보상비로는 4671억원을 책정했다. 서울시는 해당 보상비를 2021∼2022년에 걸쳐 분할지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대한항공의 자구안에는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노조까지 "무책임한 탁상행정"이라며 서울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전날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매각이 불발될 경우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고용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민간기업의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려 하거나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란 입장을 내놨으나 자본 확충이 시급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내키지 않는 거래다.

대한항공은 법률 검토를 거쳐 서울시 열람 기간 의견서 제출 시한인 오는 18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가 11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의결하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에도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대기업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 기업 등 자구 노력과 선제적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산 매입은 캠코를 중심으로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 재원은 캠코가 2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마련하고, 기업구조혁신펀드, 민간 PEF(사모펀드) 등 민간 자본이 추가로 참여한다. 이달 중 시장 수요조사를 거쳐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다음달 자산 매입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도 지원 대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 보상비를 미리 책정한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를 넘기기보다는 캠코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적정 가격'을 받기에 수월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캠코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 서울시에 되파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캠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음주 서울시에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적절한 절차에 따라 매각 과정을 진행해 송현동 부지를 적정 가격에 매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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