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출시돼 2018년 단종
-4,000만원대 수입차 견제 역할

아슬란은 현대차가 2014년 내놓은 비운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당시 현대차는 수입차 돌풍에 대응할 히든카드로 아슬란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아슬란은 신차 효과만 반짝 누리고 출시 6개월 만에 판매가 반토막나며 존재감을 상실했다. '아슬아슬'했던 아슬란은 결국 2018년 단종되며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아슬란의 실패 이유는 분명했다. 수 십년간 현대차의 플래그십 자리를 지켜온 그랜저의 헤리티지를 뛰어 넘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던 것. 무엇보다 상품성 측면에서 크게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그랜저와 같은 전륜구동 플랫폼을 채택하고 6단 변속기에 엔진 배기량만 그랜저 3.0ℓ, 아슬란 3.3ℓ로 구분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제네시스에 포함된 각종 첨단 기능을 담았지만 소비자들은 아슬란을 그랜저의 상위 차급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이빔]제2의 아슬란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슬란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했다. 아슬란은 현대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수입차 시장에 위기감을 느끼며 견제를 위해 만들어 낸 내수 전용 차종이었다. 당시 3,000만~5,000만원 대 수입차 판매가 크게 증가하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수입차 업계에선 대중 브랜드에 해당하지만 현대차에겐 중형 세단 이상에 해당하는 가격대여서 수익성 측면에서도 타격이 컸다. 5,000만원 이하 수입차 판매는 2010년 4만4,576대에서 2012년 6만1,881대, 2014년 8만7,238대로 성장했다.

이에 회사는 '그랜저-아슬란-제네시스'로 이어지는 촘촘한 세단 라인업을 통해 수입차 시장으로 유출되는 수요를 철통 방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2015년 제네시스의 고급 브랜드 독립을 염두에 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후륜구동 세단을 도입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최고급 세단을 내놨지만 역할 자체가 협소했던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러나 요즘 상황에 빗대 생각해보면 '언제 또 아슬란 같은 차가 나올 수 있을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최근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를 견제할 만한 상대는 같은 그룹의 기아차밖에 없어 보여서다. 특히 현대차가 가장 강력한 경쟁 차급으로 인식했던 5,000만원 이하 수입차 시장은 2015년을 정점으로 하락세에 돌입했다. 아슬란 출시 당시인 2014년 9만여대에서 2019년엔 6만대 수준으로 하락했고, 올 1~5월엔 3만대 안쪽으로 내려왔다. 일본차를 비롯한 대중 수입차 수요는 국산차로 회귀하고 초고가 수입차에 판매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한국닛산의 철수 소식이 한편으론 안타깝다. 현대차에게 위기감을 심어줄 만한 경쟁 상대가 또 하나 사라진 듯한 생각이 들어서다. 실제로 현대차는 과거 쏘나타 출시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 차종으로 닛산 알티마를 꼽은 적이 있다. 알티마의 스포티한 주행 성능이 쏘나타 소비자의 취향과 가장 흡사해 견제가 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현대차가 내수 소비자에게 쏟는 노력과 열정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시장이든 치열한 경쟁 관계가 존재할 때 발전된 결과물이 나온다. 선택지가 다양한 시장에서의 소비자 이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언제쯤 제2의 아슬란이 나올 수 있을지 기다려진다. 아슬란은 현대차에게 지우고 싶은 과오일지 몰라도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었음은 분명하니 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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