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도 1인용 시대…잘라 팔수록 인기
대형마트와 슈퍼 바이어들은 큰 수박을 확보하기 위해 여름마다 ‘전쟁’을 치렀다. 큰 수박이 잘 팔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크기가 커야 맛도 좋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커져도 값이 확 뛰었다.

요즘은 아니다. 작은 수박이 큰 수박보다 더 잘 팔린다. 이마트에서 한 통의 무게가 10㎏이 넘은 수박은 2015년 전체 수박 매출의 20.7%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이 수치가 9%까지 떨어졌다. 반면 5㎏ 미만 소형 수박 비중은 같은 기간 4%에서 16%로 껑충 뛰었다.

작은 수박의 인기는 1~2인 가구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먹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10㎏ 안팎 크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한 번에 다 먹기도 힘들고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수박 구매를 아예 꺼리는 사람도 많았다.

이마트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2017년 처음 ‘자른 수박’을 내놨다. 반토막, 혹은 4분의 1 토막을 내서 판매했다. 이마트에서 자른 수박 매출은 2018년 전년 대비 160% 증가했다. 작년에도 매출 증가율이 15%에 달했다.

작은 수박이 잘 팔리는 또 다른 이유는 품종 개량 때문이다. 이마트는 수박 농가와 손잡고 3~4년 전부터 ‘미니 수박’ 개발에 나섰다. 사과처럼 깎아 먹는 ‘까망애플 수박’, 망고처럼 속이 노란 ‘블랙망고 수박’ 등이다. 독특한 것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판매가 잘됐다.

이들 미니 수박은 무게가 5㎏ 미만이다. 이마트는 올여름 미니 수박 물량을 작년의 세 배인 약 1000t으로 늘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