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정책금융기관에 총 5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이뤄진다. 정부는 3일 발표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산업은행에 1조6500억원, 수출입은행에 3800억원, 기업은행에 5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에는 2조5000억원을 출연한다.이들 자금은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135조원+α 금융지원 패키지’를 가동하기 위한 종잣돈으로 쓰인다. 한국은행과 민간 금융회사가 담당하는 53조원을 뺀 82조원의 금융지원을 위해 투입하는 재정이다.산은은 늘어나는 자본금을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1조원), 증권·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3191억원), 중소·중견기업 대출(1500억원), 그 밖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1740억원) 등에 쓴다. 수은의 출자분은 모두 기업 대출에 투입된다. 기업은행은 기업 대출(4375억원), 채안펀드(251억원), CP 매입(219억원)에 활용한다. 신보는 출연받은 재정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공급(1조4286억원), 2단계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4600억원), 중소기업 특례보증(4320억원) 등에 쓸 예정이다.5조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파격적인 자본 확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예상했던 수준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에 코로나19 지원의 ‘주포’ 역할을 맡겨놓고 정작 ‘실탄’은 충분히 채워주지 않는다는 불만이다.당초 산은·수은·신보가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해 요청한 증자·출연 규모는 총 10조원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산중공업·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부실 대기업 지원까지 맡고 있는 산은과 수은은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4.05%에서 올 3월 말 13.33%로 급락했다. 민간은행 평균(15%대)을 한참 밑돈다.임현우/박종서 기자 tardis@hankyung.com
기업은행이 국내 은행 최초로 ‘목소리 본인 인증’ 기술을 도입한다. 개인의 목소리 정보를 분석해 본인 여부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쌍둥이의 목소리까지 구분할 정도로 고도화돼 새로운 생체 인식 방식으로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기업은행은 오는 5일부터 음성본인확인(보이스 아이디)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31일 발표했다. 개인이 갖고 있는 100가지 이상의 목소리 특징을 하나로 모아 고객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금융 거래 및 상담 때 이를 활용해 본인을 인증할 수 있다. 세밀한 목소리 특징 분석으로 일란성 쌍둥이, 형제 자매의 음성도 구별할 수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안면 인식이나 지문, 홍채 인식보다 보안성이 더 높은 것으로 은행 측은 분석하고 있다.적용 대상은 기업은행 고객센터다. 고객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과 통화하면 자동으로 음성정보가 등록된다. 은행은 수집한 정보를 ‘보이스 아이디’로 기록해 다음 통화부터는 15초 내에 자동으로 본인을 확인한다. 전화 후 별도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통화당 평균 11초 이상의 업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은행 측은 이 서비스가 앱 등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이용을 어려워하는 고령층 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뱅킹에 익숙하지 않아 생체 정보를 등록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은행 측은 고객센터에 이 기술을 적용한 뒤 다른 서비스 등으로 확대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한 금융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워런 버핏으로부터 버림받으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던 은행주가 한·미 양국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짐과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은 1.53% 상승한 3만31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07% 오르는 데 그쳤다. KB금융은 전날에도 3.99% 오르는 등 이틀간 5.58% 상승했다. 하나금융지주(6.25%), 기업은행(4.46%), 우리금융지주(4.11%) 등도 같은 기간 주가가 크게 올랐다.미국 증시에서도 은행주는 강세를 보였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골드만삭스는 8.96% 급등했고 웰스파고(8.65%), 뱅크오브아메리카(7.15%), JP모간(7.06%) 등 다른 대형 은행주도 7% 이상 상승했다.미국 은행주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기 악화에 따른 채무불이행 사태에 대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은행들의 1분기 이익도 급감했다. 은행주 예찬론자였던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도 보유하고 있던 골드만삭스 주식의 약 84%를 3월 말까지 팔아치웠다. JP모간과 지방은행인 US뱅코프 지분도 줄였다.국내 은행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초 이후 3월 말까지 국내 은행주는 평균 40%가량 하락했다. 증시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은행주들은 별로 못 올랐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미국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한국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은행들의 이익 감소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27일 KB금융의 올해 순이익 추정치를 기존 3조500억원에서 3조2100억원으로 상향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은행주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괜찮았고 2분기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실적 우려가 해소된다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을 고려할 때 반등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