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으로부터 버림받으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던 은행주가 한·미 양국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짐과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은 1.53% 상승한 3만31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07% 오르는 데 그쳤다. KB금융은 전날에도 3.99% 오르는 등 이틀간 5.58% 상승했다. 하나금융지주(6.25%), 기업은행(4.46%), 우리금융지주(4.11%) 등도 같은 기간 주가가 크게 올랐다.

미국 증시에서도 은행주는 강세를 보였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골드만삭스는 8.96% 급등했고 웰스파고(8.65%), 뱅크오브아메리카(7.15%), JP모간(7.06%) 등 다른 대형 은행주도 7% 이상 상승했다.

미국 은행주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기 악화에 따른 채무불이행 사태에 대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은행들의 1분기 이익도 급감했다. 은행주 예찬론자였던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도 보유하고 있던 골드만삭스 주식의 약 84%를 3월 말까지 팔아치웠다. JP모간과 지방은행인 US뱅코프 지분도 줄였다.

국내 은행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초 이후 3월 말까지 국내 은행주는 평균 40%가량 하락했다. 증시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은행주들은 별로 못 올랐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한국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은행들의 이익 감소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27일 KB금융의 올해 순이익 추정치를 기존 3조500억원에서 3조2100억원으로 상향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은행주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괜찮았고 2분기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실적 우려가 해소된다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을 고려할 때 반등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