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필연적으로 목표 달성이라는 자아성취적 욕구와 더불어 근심, 불안이란 내적 갈등에 시달린다. 특히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는 시기별로 해내야 할 과제가 있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발생하는 근심거리가 정해져 있다. 보통 사람의 인생 궤도를 보면 20대에서 50대 사이가 인생의 꽃을 피우는 절정기이다. 물론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70, 80대까지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회 통념상 취업에 성공하는 경제인의 자격을 보면 괴리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웃의 주거패턴에 '좋은 주거지' 해법 있다
보통 사람의 인생을 준비, 실행, 관리의 시기로 구분했을 때 삶의 질을 관통하는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내집 마련의 꿈일 것이다.

10대에는 학업과 교우관계가 중요하다. 사교육 발달로 친구를 사귀는 곳은 학교 범위를 넘어섰다. 좋은 학원가와 커뮤니티가 있는 곳은 청소년의 학업성취도와 함께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을 제공해준다. 20대에는 대학생활과 취업준비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공간이 선호된다. 30대에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결혼이라는 삶의 이벤트를 맞이하게 된다. 40대에는 육아와 직장인으로서 경력 관리가 핵심이 되며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와의 접근성)을 중요시하게 된다. 50대에는 자녀 교육과 함께 재산 증식을 통한 노후준비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60대와 70대에는 자녀결혼과 건강을 중시하며, 그에 어울리는 주거패턴을 보이게 된다.

이렇듯 내집 마련은 재테크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력 개발, 결혼, 육아, 자녀의 학업, 은퇴 후 삶의 질까지 아우르는 행위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한 것은 인간의 성장에 있어서 그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하고 있다. 좋은 보금자리의 마련은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좋은 주거지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잘 먹고 잘사는 이웃의 주거지를 관찰하면 된다. 나의 이웃이 가정을 꾸리고 살 만하다는 것은 곧 대다수 사람도 살기에 괜찮다는 것이다. 과거에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전체 200%)를 보면 현재 주거지로 이전한 주요 이유를 내집 마련, 규모와 설비의 확장, 직주근접, 교통의 편의성, 편의시설, 자녀교육, 자연환경 등으로 답하고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해당 요소를 만족하는 곳이 바로 ‘우리의 이웃이 삶을 위해 머무를 만한 곳’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변화된 아파트의 지역별 실거래가 지수(2017년 11월=100 기준)는 서울, 수도권, 6대 광역시, 지방을 중심으로 각각 135, 118, 104, 98로 조사됐다. 서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급진적 공업화를 거쳐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짧은 시간에 농업국가에서 산업화를 이뤘고, 주거계획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 도시의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 인구의 정착지가 주거지가 돼 발달을 거듭했다.

한강의 기적을 따라 서울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국지적 토지에 인구밀도가 높아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에 따라 교통체증, 공간 비효율 등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지게 됐다. 효율적 자원 배분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책적 자본이 집중되며 더욱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하게 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뉴턴의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인구의 집중은 더욱 가속화됐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영향력은 확대되면서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전체 인구의 19%(한국 전체 인구 2580만 명)가 거주하는 세계적 수준의 ‘메트로시티’가 됐다. 파리, 도쿄, 뉴욕, 런던, 베이징, 싱가포르와 더불어 높은 인구밀도를 보이고 있다.

2020년 현재 좋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지역별·상황별 차이는 있겠지만 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직장이 가깝고, 사랑하는 자녀가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으며, 소중한 가족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 좋은 주거지다. 과거의 이웃과 현재의 이웃 그리고 미래의 이웃이 거주하고 싶은 곳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되는 것이다.

추후에 편의성이 보완돼 자산 증가의 혜택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보금자리로서의 역할, 그 이상을 해낸 것이 아닐까. 이웃의 삶, 그 발자취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어렵기만 한 주거지 선택의 기준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창수 < 부동산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