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금싸라기 땅' 노들섬, 어쩌다 인적 끊긴 '유령섬' 됐나
지난해 9월 복합문화공간 ‘음악섬’으로 새롭게 태어난 노들섬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탁 트인 야외로 나서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노들섬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졌다. 차량 출입을 막아 교통이 불편한 데다 노들섬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운영되면 매년 서울시 예산으로 지급하는 수십억원의 위탁 운영비가 낭비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장 8개월여 만에 발길 뚝 끊겨

2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이촌동 노들섬. 교도소를 떠올리게 하는 회색 사각형 건물들로 메워진 노들섬에선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편 입구에 있는 첫 번째 건물은 입점업체를 찾지 못해 통째로 비어 있었다. 옆 건물 가게 직원인 듯한 청년 두 명은 유니폼을 입고 텅 빈 건물 앞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패션라운지’라고 이름 붙여진 전시공간은 박스로 가득 채워진 채 창고로 활용됐다. 16개의 테이블을 둔 김밥집엔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두 팀뿐이었다. 서울시가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새 단장해 문을 연 지 8개월이 넘었지만 점점 잊혀진 공간이 되고 있다.

노들섬 개발 사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2005년 노들섬에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벤치마킹한 대규모 공연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처음으로 세웠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 계획을 이어받아 ‘한강 예술섬’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서울시는 274억원을 들여 노들섬 부지를 매입하고, 사업 설계비로도 277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당선된 뒤 상황은 뒤집혔다. 박 시장은 오페라하우스 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노들섬을 주말농장용 텃밭으로 꾸몄다. 이후 아까운 부지를 놀린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2015년 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결국 노들섬은 지난해 9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기에는 또 58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먹거리도, 즐길거리도 없어

전문가들은 노들섬이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로 콘텐츠 부재를 꼽는다. 노들섬은 어반트랜스포머라는 업체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서울시립대의 도시기획 연구단체다. 위탁 운영업체로 선정될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관련 사업을 추진한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의실과 다목적홀 등은 교통이 불편해 대관 신청이 거의 끊긴 상태다. 각종 판매점도 평일 낮 시간에는 손님이 없어 문을 닫고 있다. 현재 노들섬 안에서 식사할 수 있는 매장은 김밥집과 피자집 두 개가 전부다. 그나마 사람이 몰리는 도서체험공간 ‘노들서가’는 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찾는 독서실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한 시민은 “먹을거리가 딱히 없어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샀다”며 “예상보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부족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어반트랜스포머에 위탁 운영비로 27억여원을 지급했다. 이 업체가 27억원 이상 벌어들이지 못하면 그만큼 예산이 낭비된다. 업계에선 올해 운영 수익이 27억원에 턱없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텃밭을 조성하고, 칙칙한 시멘트 건물을 지을 때부터 노들섬의 실패는 예상됐던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콘셉트를 제대로 잡아 운영하지 않으면 큰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