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속히 확산한 디지털 문화와 재택근무는 미국 소비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미국 등 해외시장을 선점하려면 ‘P.R.E.P.A.R.E’로 대표되는 7대 소비재를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KOTRA 북미지역본부가 지난 21일 내놓은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소비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국 소비재 트렌드는 ‘P.R.E.P.A.R.E’로 요약할 수 있다. presence free(재택) recreation(여가) education(교육) pantry(홈쿠킹) aids(의약품) restore(주택 수리) entertainment(오락)의 앞글자를 땄다.

먼저 KOTRA는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라 화상회의용 고화질 웹캠의 수요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상점이 늘어나면서 감시카메라 판매량이 증가했다. 재택근무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자 같이 여가시간을 즐기기 위한 보드게임 상품도 각광받고 있다. 중·고등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태블릿 및 교육용 무선 단말기가 인기다. 미국 전역에 휴교령이 내리면서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영향이다.

‘홈쿠킹’과 ‘홈베이킹’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식과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빵, 쿠키 등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제빵기, 제빵용 효모 등 홈쿠킹 관련 제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본 의약품, 소독제 등 구급약품 판매량도 급증했다. KOTRA 관계자는 “병원을 방문했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집에서 단순한 상처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구급키트가 인기”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가구 제작 및 주택 수리 DIY(do it yourself: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조립할 수 있도록 한 상품) 키트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홈트레이닝용품 등의 수요도 증가했다.

KOTRA는 국내 기업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 ‘N.E.W’를 제시했다. 집 안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둥지족(Nest)’을 겨냥한 온·오프라인 복합 마케팅과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이 있는 개인)와 유튜버를 통한 SNS 마케팅 등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스마트시티·스마트공장 등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Economic Stimulus)을 활용해 정보기술(IT) 분야 기업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OTRA는 최근 국내 방역 체계(Win Corona)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의료체계가 열악한 국가와의 헬스케어산업 분야 협력도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