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나빠진 미국 경제가 재선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유권자 투표 득표율 35%에 그쳐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선 직전 미국 실업률, 가처분 소득, 물가상승률 등을 추정해 나온 예상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경제가 크게 나빠진 게 현직 대통령에게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선 시점인 11월에 미국 실업률은 13%를 웃돌고, 1인당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할 것을 가정하고 득표율을 추정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14.7%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 투표에서 55%를 득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 득표율 예상치인 35%가 현실화되면 미국 역대 현직 대통령 득표율 중 최저치가 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문제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와의 주(州)별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도 210대 328로 크게 패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 주 경제동향과 미국 내 휘발유 가격 등을 통해 계산한 결과다. 경합주인 아이오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등 7개 주 선거인단이 민주당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측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이들 주는 일자리가 충격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주 경제가 위축되면서 투표 결과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선거 결과 예측기법은 1948년 이래 1968년, 1976년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미국 대선의 유권자 투표 결과를 정확하게 맞혔다. 주별 선거인단 투표 예측은 작년부터 시작했다.

일부에선 코로나19 사태가 몰고온 초유의 상황에선 기존 예측 모델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기업 AGF인베스트먼트의 그렉 발레리에 미 정책전략가는 “전통적인 예측 모델은 통상적인 상황에서나 들어맞는다”며 “지금은 통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대선엔 또다른 변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추세와 경제 재개 효과다. 발레리에 전략가는 “미국 각 주가 경제를 재개한 뒤 코로나19가 크게 재확산한다면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이 나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우려로 민주당원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크게 주저앉은 미국 경제가 오는 11월까지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경우엔 트럼프 대통령이 간신히 승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