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말 완공 예정인 모리빌딩의 토라노몬·아자부다이프로젝트 예상도
2023년 3월말 완공 예정인 모리빌딩의 토라노몬·아자부다이프로젝트 예상도
도쿄증시 상장사인 GMO인터넷은 지난 4월 "종업원수가 늘어나도 사무실 임대공간을 늘리지 않는 대신 절감한 임대료와 공과금을 사원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GMO인터넷은 5년 만에 종업원수가 6000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지난 2~3년간 새로운 오피스빌딩을 임대하는 등 사무공간을 급속히 늘려왔다.

◆"종업원수 만큼 사무공간 필요없어"

이 회사가 사무공간을 더이상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한 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실시한 재택근무다. 구마가이 마사토시 GMO인터넷 사장은 지난 2월 SNS를 통해 "재택근무를 실시한 이후 월 임대료가 3억엔(약 35억원)인 도쿄 시부야 사무실을 거의 쓰지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일본 동영상 플랫폼 니코니코동화를 운영하는 도완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습된 후에도 1000명에 달하는 전 사원이 재택근무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2월 중순부터 재택근무를 실시한 결과 동영상 편집작업 등 대부분의 업무가 자택에서 가능했다.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니 오히려 업무효율이 높아졌다.

일본 신흥 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사무공간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재택근무에도 업무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기업들이 사무실을 잇따라 해약하고 있어 도쿄 도심 공실률이 15%까지 치솟고, 임대료가 20%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흥기업과 스타트업이 사무실 해약을 주도하는 건 매상이 상대적으로 작고 자금상황의 변동폭이 커서 임대료 같은 고정비 부담이 대기업보다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대인 사원들이 많아 재택근무 전환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는 점도 부담없이 사무실을 빼는 이유다.

스타트업의 사무실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히트카라메디아의 경우 3월 하순 이후 새로 들어오는 의뢰의 절반이 사무실 공간 축소를 문의하는 안건이다. 이전까지는 사무실 확대 및 이전을 문의하는 안건이 90% 였다. 다쿠보 히로키 히트카라메디아 대표는 "코로나19가 수습된 이후에도 종업원수 만큼 사무공간을 확보하는 기업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사무실 무용론이 기업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사이맥스부동산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도쿄 23구 전체 오피스빌딩 면적 가운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많이 찾는 중소형(연면적 3273~5만4545㎡)의 비중은 47%에 달한다. 중소형 시장이 위축되면 대형 오피스 빌딩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도쿄 도심 공실률 추이와 예상치(그래픽=니혼게이자이신문)
도쿄 도심 공실률 추이와 예상치(그래픽=니혼게이자이신문)
오피스빌딩종합연구소는 지난 3월말 0.6%인 도쿄 도심 5개 지역(지요다구, 주오구, 미나토구, 신주쿠구, 시부야구)의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2023년 3월말 5.1%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공실률이 2014년 6월 이후 10여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재택근무가 정착돼 코로나19 수습 이후 전체 취업자의 10%가 재택근무를 계속한다고 가정하면 도심 공실률이 15%까지 치솟고, 임대료는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공유오피스, 도심부에서 주택가 근처로

도심부에 초대형 오피스빌딩을 공급해오던 대형 부동산 회사들의 전략도 바뀌고 있다. 미쓰이 부동산은 주택가 근처에 공유오피스와 임대오피스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와 병행하기 어렵다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전략이다.

사무실 무용론은 미국에서도 거세다. 트위터는 전세계 5100여명의 전 사원을 대상으로 무기한 재택근무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사무실 공유회사 위워크를 운영하는 위컴퍼니의 회사채 가격이 한때 6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반면 IT 대기업이 많은 미국은 오피스 무용론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의 IT 기업은 이미 고객대응, 급여 계산과 같은 업무를 인건비가 싼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고난도 소프트웨어 개발 등 대면작업이 필수인 업무만 남아있어서 재택근무를 실시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미국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업무공간의 거리두기가 정착되면 필요한 사무실 면적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