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재택근무 늘자 립스틱이 안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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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본인들의 소비 패턴을 큰폭으로 바꿔놓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개인용 컴퓨터(PC) 판매가 급증한 반면 화장품 판매는 크게 줄었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의 명암도 엇갈렸다.
◆반토막났던 PC시장 활기
일본 경제산업성이 8일 소매판매점의 업종 및 업태별 판매시점정보관리(PO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0~26일 가전제품 판매전문점의 PC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3% 증가했다. 외출제한 여파로 대형 가전제품의 판매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는데도 PC 만은 판매량이 급증했다.
가전 전문 판매점인 노지마는 4월 한달간 노트북 판매량이 50% 늘었고, 비쿠카메라도 PC 판매대수가 40% 증가했다. 일본인들이 자택에서 본격적으로 재택근무 환경을 갖춘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일본의 PC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밀려 2013년 1210만대였던 시장규모가 2018년 700만대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사양세로 접어들던 PC 시장이 코로나19 덕분에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PC와 대조적으로 화장품 판매는 급감했다.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등 메이크업 화장품 판매량이 슈퍼마켓에서는 64.5% 줄었고 편의점과 체인형 약국에서는 각각 57.1%, 39.6% 감소했다. 일본이 지난 3월부터 한국과 중국인의 입국을 규제하면서 명품 화장품의 큰 손인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성의 출근과 외출이 줄면서 화장할 일 자체가 감소한데다 마스크의 영향으로 립스틱과 색조화장품을 피하려는 경향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증가한 영향으로 이자카야는 울고 주류 판매점은 웃었다. 시장 조사업체인 나우캐스트가 신용카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4월들어 1인당 주류 구입량은 지난해보다 15.3% 증가했다. 반면 이자카야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규모는 30% 이상 줄었다.
카페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액수는 3월 한 달 동안 늘었다가 4월들어서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3월에는 '아이가 있어서 집에서 일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카페를 찾는 재택근무자가 늘었지만 4월들어 상당수 카페가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기업전략 필요
업태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대형 마트와 인테리어 전문 매장(홈센터)의 매출은 각각 11.7%, 7.4% 늘었다. 주로 집 근처에서 돈을 썼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편의점의 매출은 줄었다.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의 내점객수는 7.1% 감소했다.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인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이사카 류이치 사장은 "사무실이나 유흥업소가 몰린 도심 점포의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이 집 근처에서 주로 소비하면서도 편의점보다 대형 마트를 선호한 것은 편의성과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코니시 요코 경제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편의성과 가격차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넓은 주차장이 있어 자동차로 방문하기 편리하다는 점도 대형 소매점이 인기를 끄는 원인으로 꼽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를 수습한 이후에도 소비패턴의 변화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가 3월말 실시한 조사결과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22.2%였다. 이 중 52.6%는 재택근무를 처음 경험한다고 답했다. 처음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의 62.2%는 "평소에도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근무방식을 원한다"고 답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반토막났던 PC시장 활기
일본 경제산업성이 8일 소매판매점의 업종 및 업태별 판매시점정보관리(PO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0~26일 가전제품 판매전문점의 PC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3% 증가했다. 외출제한 여파로 대형 가전제품의 판매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는데도 PC 만은 판매량이 급증했다.
가전 전문 판매점인 노지마는 4월 한달간 노트북 판매량이 50% 늘었고, 비쿠카메라도 PC 판매대수가 40% 증가했다. 일본인들이 자택에서 본격적으로 재택근무 환경을 갖춘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일본의 PC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밀려 2013년 1210만대였던 시장규모가 2018년 700만대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사양세로 접어들던 PC 시장이 코로나19 덕분에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PC와 대조적으로 화장품 판매는 급감했다.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등 메이크업 화장품 판매량이 슈퍼마켓에서는 64.5% 줄었고 편의점과 체인형 약국에서는 각각 57.1%, 39.6% 감소했다. 일본이 지난 3월부터 한국과 중국인의 입국을 규제하면서 명품 화장품의 큰 손인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성의 출근과 외출이 줄면서 화장할 일 자체가 감소한데다 마스크의 영향으로 립스틱과 색조화장품을 피하려는 경향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증가한 영향으로 이자카야는 울고 주류 판매점은 웃었다. 시장 조사업체인 나우캐스트가 신용카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4월들어 1인당 주류 구입량은 지난해보다 15.3% 증가했다. 반면 이자카야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규모는 30% 이상 줄었다.
카페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액수는 3월 한 달 동안 늘었다가 4월들어서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3월에는 '아이가 있어서 집에서 일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카페를 찾는 재택근무자가 늘었지만 4월들어 상당수 카페가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기업전략 필요
업태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대형 마트와 인테리어 전문 매장(홈센터)의 매출은 각각 11.7%, 7.4% 늘었다. 주로 집 근처에서 돈을 썼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편의점의 매출은 줄었다.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의 내점객수는 7.1% 감소했다.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인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이사카 류이치 사장은 "사무실이나 유흥업소가 몰린 도심 점포의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이 집 근처에서 주로 소비하면서도 편의점보다 대형 마트를 선호한 것은 편의성과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코니시 요코 경제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편의성과 가격차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넓은 주차장이 있어 자동차로 방문하기 편리하다는 점도 대형 소매점이 인기를 끄는 원인으로 꼽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를 수습한 이후에도 소비패턴의 변화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가 3월말 실시한 조사결과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22.2%였다. 이 중 52.6%는 재택근무를 처음 경험한다고 답했다. 처음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의 62.2%는 "평소에도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근무방식을 원한다"고 답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