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인원 정확히 특정 안되는 홍보·시위 등…추정치로 공시 관행
전문가 "부정확한 숫자 기재는 문제…NGO 특성 감안해 기준 만들어줘야"
시민단체 '불특정다수 대상 활동' 회계처리 정의연과 비슷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기부금 지출내역상 수혜자 항목을 '999명' 등으로 표기해 회계처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시민단체 등 여러 비정부기구(NGO)에도 비슷한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회계분야 전문가들은 부정확한 숫자를 회계자료에 기재하는 행위에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활동에 돈을 지출할 일이 잦은 NGO 특성을 고려해 별도 기준을 만드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한다.

정의연은 국세청 '홈택스'에 2018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를 공시하면서 '국내외 연대활동 및 국제기구 대응사업', '수요시위', '교육사업', '모금사업' 등의 수혜인원 수를 '999명'으로, '박물관사업', '홍보사업' 수혜인원은 '99명'으로 기재했다.

이는 "수혜 인원이 몇 명인지 특정할 수 없어 그렇게 표기했다"는 것이 정의연 입장이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요시위나 각종 홍보사업의 경우 수혜자 수를 명확하게 특정지을 수 없다"며 "그럼에도 그 수를 명시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공시 특성상 '999명' 등으로 입력했다"고 설명했다.

기부금을 받아 공익사업을 하는 일부 다른 시민단체들도 정의연과 비슷하게 후원금 사용 수혜인원을 추정치로 기록해 공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2019년도 기부금 지출 명세서를 공시하면서 '권력감시분야사업', '사회경제분야사업' 등 4개 항목 수혜인원을 모두 '1천명'으로, '시민소통/정책분야사업'은 '1만5천명'으로 기재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하는 활동이나 각종 홍보활동의 경우 추정치를 기재하고 있다"며 "반면 강의를 들은 인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아카데미/교육사업' 항목은 수혜인원 수 '1138명'으로 명시했다"고 말했다.

인권연대도 '미디어사업', '교육사업', '회원사업' 등의 수혜인원을 '1천명', '3천명' 등의 추정치로 공시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학과 교수는 이런 관행을 두고 "장학사업 등 지급처가 곧 수혜인원인 경우가 아니라면 국세청도 이를 엄격히 들여다보지는 않지만, 부정확한 숫자를 관행처럼 채우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세무당국이 비영리단체 특성을 감안해 행사·홍보활동 등의 수혜인원을 산출하는 뚜렷한 기준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불특정다수 대상 활동' 회계처리 정의연과 비슷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이 성금·기금을 받아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 "성금을 어디에 쓰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의연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목적을 지정해 기부한 금액을 제외한 일반 기부수입 총 22억1천900여만원 중 41%에 해당하는 9억1천100여만원을 피해자 지원사업비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만이 피해자 지원사업은 아니다.

건강치료지원, 인권·명예회복 활동 지원, 정기방문, 외출동행,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도 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연은 전날 기자회견 이후 회계 문제를 추가로 지적한 보도 중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이 있다며 해당 언론사들을 상대로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 한 매체는 정의연이 2018년 서울 종로구의 맥주집 '옥토버훼스트'에서 모금 행사를 열었는데, 이후 '모금사업' 명목으로 사용한 3천300여만원의 지급처를 옥토버훼스트 운영자인 디오브루잉주식회사만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의연은 전날 밤 보도자료를 내 "2018년 모금사업비 지급처는 140여곳에 이르며, 3천300여만원은 140여곳에 지급된 지출총액"이라며 "이 중에서 대표지급처를 디오브루잉주식회사로 명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다른 매체는 정의연이 2019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장례식을 지원한 한 상조업체에 1천170여만원을 지급했는데, 정작 해당 업체는 이같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경희 사무총장은 "이 또한 2018년 진행한 각종 장례지원 비용을 전부 합산한 액수"라며 "다만 상조업체로부터 기부받은 수의와 입관용품은 장례식에서 사용해 '물품지출'로 입력해야 했는데, 현금지출로 입력한 것은 입력상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한 사무총장은 "해당 언론사들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등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