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코로나19의 숨은 수혜기업 에스티팜 "치료제 원료 대량생산 준비 완료했다"
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과 개발(CDMO)을 함께하는 회사인 에스티팜을 방문했습니다. CDMO 회사와 단순 위탁생산 업체인 CMO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신약 물질을 가진 회사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업체를 CMO라고 합니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죠. 진입장벽도 낮습니다. 그래서 인건비가 낮은 중국과 인도가 강세를 보이고 한국 업체들은 고전하는 분야입니다. CDMO는 단순 위탁 생산에서 나아가 품질 분석이나 문서화 작업 등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상업화까지 전반적인 개발에 도움을 주는 회사를 말합니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스페인과 스위스에 있는 비임상 CRO(임상대행)회사를 인수해 사업 영역도 넓혔습니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코로나19의 숨은 수혜주”란 얘기도 나옵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부터 원료의약품 생산 증가, CRO까지 사업 분야 전 영역에 걸쳐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에스티팜에 원료의약품(API)를 주문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올리고’에 걸린 회사 명운

에스티팜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입니다. 삼천리제약이 전신이죠.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매출이 회사의 명운을 좌우합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매출 추정치(1250억원) 가운데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부문 매출이 490억원입니다.

나머지는 화학 원료의약품(120억원), 복제약 원료의약품(52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회사 측도 매출 비중이 삼성증권의 예측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차세대 치료제로 꼽히는 리보핵산(RNA) 기반 치료제를 만드는데 쓰이는 원료입니다. 내용이 어렵네요. RNA 기반 치료제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죠.

세포 안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소스 프로그램’인 DNA가 있습니다. RNA는 DNA가 가진 정보를 그대로 복사한 일종의 ‘복사본’입니다. 보통 DNA에 문제가 있으면 그 복사본인 RNA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엉뚱한 단백질을 만들거나, 필요한 단백질을 덜 만드는 등 문제를 일으킵니다.

RNA 기반 치료제는 복사본인 RNA에 인위적으로 결합해 이상한 단백질을 못만들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도록 돕는 것 입니다. DNA가 잘못돼 생기는 질병은 모두 고칠 수 있는 셈이죠. 이론적으론 그렇습니다.

RNA 기반 치료제는 1세대 바이오의약품인 호르몬·인슐린·백신에서 나아가 2세대 항체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입니다.

다시 돌아오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RNA 치료제에 들어가는 원료입니다. 에스티팜에 있어서 올해는 중요한 해입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분기점에 와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노바티스의 RNA기반 고지혈증 치료제인 ‘인클리시란’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종 허가를 앞두고 있습니다. 노바티스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오는 12월께 허가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스티팜은 이를 대비해 2018년 안산 반월공장 증설로 현재 생산규모를 750㎏ 수준으로 늘렸습니다. 총 4층 공장인데 1~2층밖에 쓰지 않고 있습니다. 3~4층은 올해 수주가 늘어나면 추가로 증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화공장에서도 50kg 정도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에스티팜이 노바티스 인클리시란의 원료의약품을 공식 수주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공을 들였습니다. 생산 시설도 완비를 했습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량은 니코덴코아베시아와 애질런트테크놀로지가 1000kg 수준입니다. 에스티팜이 바짝 따라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노승원 맥쿼리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임상 단계부터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을 준비했던 세 개 회사가 신약 시판 후 초기 물량을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일종의 과점 시장이 됐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이를 라면에 비유합니다. 그는 “라면 한 개를 끓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다만 1000개를 한 번에 끓이려면 그에 맞는 레시피와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하고, 에스티팜은 수년 동안 여기에 매달렸다”고 말합니다.

삼성증권은 올해 30kg 수준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수요량이 2023년엔 2400kg 수준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DNA 이상으로 인한 희귀 질환 치료용으로 쓰였다면 최근엔 만성 질환 치료에도 효과를 확인해 사용처가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RNA 기반 코로나19 백신과 코로나19 진단키트에도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가 들어갑니다.
에스티팜 (단위:억원)
대표 김경진
기술 및 사업 영역 원료의약품 생산, 개발 등
대표 이력 로슈 수석 연구원
직원 수 466명
매출 932
영업이익 -267
기준 2019년 12월31일
투자 포인트 코로나19로 늘어나는 수주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매출 증가
약점 노바티스 인클리시란 허가 차질로 인한 매출 감소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자

에스티팜은 코로나19 치료제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의 대량 공급 준비도 이미 마쳤습니다. 김 대표는 “3000명 분량의 임상용 원료는 2개월 이내, 최대 연간 2만kg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공정연구 및 분석법 개발을 진행했다”고 말합니다.

회사 측은 함구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와 제약업계에선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에 들어가는 뉴클레오시드 계열 물질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렘데시비르가 대량 생산에 착수하면 곧바로 원료를 댈 준비를 마쳤다는 겁니다. 다만 아직 길리어드에서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왔는지 등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 펀드매니저는 “길리어드가 한국 업체에 원료의약품 생산을 맡긴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에스티팜 또는 유한양행 자회사인 유한화학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투자 기회는 또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제약사의 공급망 다변화입니다.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 중국과 인도 원료의약품 회사들이 문을 닫으면서 에스티팜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지난 2월에 체결된 계약 건을 설명해줬습니다. 한 글로벌 제약회사와 CMO 계약을 맺기 위해 6개월 이상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업무 처리가 지지부진해 틀어지는 것 아니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게 됐죠. 급한 건 에스티팜이 아니었습니다. 잇단 공장 폐쇄로 원료의약품 수급에 문제가 생긴 해당 제약사에서 다급히 연락을 해 곧바로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회사 측의 발 빠른 대응도 한 몫 했습니다. 에스티팜은 코로나19 초기부터 2주 간격으로 고객사에게 ‘편지 세일즈’를 시작했습니다. 정기적으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과 함께 공장이 폐쇄 없이 잘 돌아가고 있를 설명하는 내용이죠.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제약사와 신규로 맺은 계약만 세 건이라고 합니다.

최근 원료의약품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는 데 466명의 직원을 풀가동해도 수급을 못 맞춘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9월까지 생산 스케줄은 꽉 차있는 상황”이라며 “생산 계획을 계속 조절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어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사실도 아직 외부에 안 알려져 있습니다. 에스티팜은 자체 신약후보 물줄 중 하나에서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발견했습니다. 현재 치료제 개발에 나설지 논의 중인 단계죠. 이미 실행에 들어간 부분도 있습니다. 에스티팜이 보유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물질 후보군에서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54개의 물질을 미국 분석기관에 보낸 상황입니다. 이달 중엔 결과가 나오는데요.

김 대표는 “괜찮은 물질이 발견될 경우 곧바로 신약 개발에 들어갈 것”이라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엔 1상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신약 개발에도 속도가 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에모리대와 공동 연구 중인 에이즈 치료제의 경우 유럽 시장에서 1상 임상 성공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다들 욕했지만… 의외 효자인 CRO

CRO 자회사들은 의외의 효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에스티팜은 비난을 감수하고 지난해 독성병리 분야 유럽 최대의 비임상 CRO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스페인에 있는 비임상 동물 실험 CRO 업체도 인수했죠. 기관 투자가들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적자기업이 또다른 적자기업을 인수하는 모습을 다들 의아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옥중에 있는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을 설득해 결국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우려와 달리 이 회사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쉴틈 없이 바쁘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유럽 내 주요 제약사들과 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실험을 맡기고 있다”며 “코로나19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CRO를 꼭 거쳐야 하니 치료제 시장이 커질수록 이익도 늘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 대표는 여기서 한 발 더 앞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수많은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뛰어들다보니 CRO 회사에 실험을 맡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수개 월을 기다려야 간신히 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죠. 비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1상에도 진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본격적인 임상 실험에 들어가기 전 동물 등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유효성이나 독성 등을 알아보는 단계, 즉 첫 관문이기 때문이죠.

김 대표는 “CRO와 CDMO 등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신약 개발 기간을 최소 수 개월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임상 실패는 직격탄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에스티팜은 길리어드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C형 간염 치료제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면서 2016년 영업이익이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C형 간염 완치로 치료제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지난 1분기를 포함해 7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CDMO회사의 경우 개발 중인 신약 임상에 문제가 생길 경우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앞으로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매출 자체가 없어져버릴 수 있는 것이죠. 만약 노바티스의 인클리시란 허가에 문제가 생기거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제 2의 ‘길리어드 쇼크’가 날 수 있단 얘기입니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습니다. 에스티팜은 올해 적자를 벗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적자 부분은 어느정도 주가에 반영이 됐지만, 적자가 길어지면 투자자들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