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외 정책이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책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2.0’을 핵심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직후 법인세 최고 세율을 종전 35%에서 21%로,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은 39.6%에서 37.0%로 낮췄다. 재선에 성공하면 2025년 만료 예정인 개인소득세 감세 혜택을 2035년까지 연장하는 등 추가 감세를 추진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고,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은 37.0%에서 39.6%로 되돌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를 ‘부자 감세’라고 공격해 온 민주당 정책의 연장선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경선 때 막판까지 경합했던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보다는 덜 급진적이다. 샌더스 의원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21%에서 35%로 올리고 부유세 등 ‘부자 증세’를 본격화하겠다고 했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양측 인식도 극과 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공격해 왔다. 그러면서 미국의 석유·가스산업 키우기에 나섰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기후 변화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때처럼 전기자동차,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정책도 변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동맹은 뒷전이란 평가가 많다.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종전 대비 다섯 배 인상된 50억달러를 분담금으로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동맹 존중’을 내세우며 방위비 분담금도 “대폭 인상은 안 된다”는 의견이다.

대북 정책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전례 없는 파격 행보였다.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말까지 하며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김정은을 ‘독재자’ ‘불량배’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는 김정은과 만날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