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국내 근로자 수가 11년 만에 처음 감소(22만5000명)한 것은 ‘코로나 실업’의 충격을 가늠하게 한다. 더 심각한 것은 고용계약 기간 1년 이상 정규직은 8000명 줄어든 데 비해 임시·일용직과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12만4000명 감소했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노동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부터 때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코로나 사태 전부터 우리 경제의 해묵은 과제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임금이 높고 고용도 안정된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의 처지가 코로나 사태로 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더구나 비정규직은 실업 위험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에서도 비켜나 있다. 고용보험 가입률이 대기업 정규직은 98.8%인데 비정규직은 39.9%에 불과하다.

‘코로나 실업’ 사태는 정부가 지향하는 친(親)노동이란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친노동 정책이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노동시장 상위 10%에만 유리한 ‘친노조 정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한번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웬만해선 정년까지 고용해야 하는 현실에서 기업은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게 됐고, 이렇게 늘어난 비정규직은 불황기에 먼저 일자리를 잃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은 ‘비정규직 최소화’의 취지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격차 해소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있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을 제로(0)로 만들라고 밀어붙이는 게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이로 인해 청년들의 취업문은 더 좁아졌고, 독점 공기업까지 적자를 걱정하는 한 요인이 됐다. 노동계가 ‘해고 금지’를 요구할수록 비정규직의 실업 사태는 더 가속화할 수 있다.

진정한 친노동 정책은 고용시장의 유연·안정성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경직된 근로기준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을 대폭 보강하는 게 해법이다. 지금처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방치해서는 경기 충격이 왔을 때 비정규직 등 노동약자가 더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그동안의 친노동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