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267명, 의심환자가 5만여명에 달한다는 북한 당·군 간부 대상 보고서를 북한군 출신 탈북자단체가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심혈관 계통의 시술을 받았으나 건강에는 문제가 없으며 조만간 군 시찰 일정을 재개할 계획이다.

26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북한군 출신자로 구성된 한국의 탈북자단체인 '북조선인민해방전선'은 북한의 코로나19 현황을 정리한 간부 대상 보고서를 입수했다.
산케이신문 1면 캡처
산케이신문 1면 캡처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10일 현재 북한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중인 사람이 4만8528명, 사망자는 267명에 달한다. 나진(격리자 6355명·사망자 20명), 신의주(2426명·51명), 함흥(3218명·17명), 청진(5481명·13명) 등 중국 국경에서 가까운 지역이나 무역항에 의심환자와 사망자가 집중됐다.

지방에서 이동이 제한돼 있는 평양에서도 125명이 격리조치됐고, 5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환자가 1명도 없다고 보고해왔다. 하지만 모든 사망자와 의심환자를 '의심사례'로 처리해 피해를 은폐하고 있다고 이 단체는 주장했다. 중국으로부터 검사에 필요한 시약을 제공 받았지만 '감염 제로'를 내세우기 위해 환자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코로나19 환자수가 '0명'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오는 6월까지 모임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파악됐다. 북조선인민해방전선이 입수한 이달 1일자 주민대상 통지서에 따르면 오는 6월30일까지 사회활동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며 매일 목욕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지난 15일 김일정 주석의 탄생일이자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 행사가 대부분 치러지지 않은 것도 모임자제령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들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도 코로나19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 단체는 분석했다. 다만 심혈관 수술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13일 평양에서 시술을 받았지만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김정은 위원장의 군 시찰 일정이 잡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조만간 동정이 전해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