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지난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작년에 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관련 9개 사모펀드 가입자들에게 가지급금을 내주거나 해당 펀드 수익증권의 기준가격에 상당하는 금액 및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해당 펀드에 편입된 자산의 부실을 뒤늦게 파악한 데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본지 4월 23일자 A14면 참조

해당 펀드들은 이탈리아 병원 진료비 매출채권을 유동화한 역외펀드에 투자했다. 하나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해 총 1100억원어치를 팔았다. 펀드 만기는 2년1개월(일부 3년1개월)이고 13개월째부터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하다는 옵션이 붙어 있다. 그러나 최근 해당 상품의 조기상환 청구 시기가 도래했는데도 배당이나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은 고객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기로 했다. 한 가지는 해당 펀드 수익증권의 현재 공정가액에 해당하는 금액 및 손해배상금을 받고 수익증권을 은행에 이전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고객이 펀드 청산 때까지 수익증권을 소유하되 투자 원금의 50%를 가지급금으로 먼저 받고 향후 투자금이 회수되면 미리 지급한 가지급금을 빼고 나머지만 돌려주는 것이다.

당시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지방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고 13개월 후엔 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탈리아 지방정부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만기가 아직 1년여 남아 있는데 먼저 손해를 배상하기로 한 건 이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사 결과 절반 가까이 손실을 반영해야 할 정도로 부실한 자산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상은/김대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