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善意마저 정치화"…국민 편 가르는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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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30%에 기부 유도 '논란'
당정 "재난지원금 기부하면 연말 세액공제 추진"
통합 "나라살림도 협찬 받나, 예산 수정안 제출해야"
찜찜한 30%…"기부 적으면 부자증세 여론 커질 수도"
당정 "재난지원금 기부하면 연말 세액공제 추진"
통합 "나라살림도 협찬 받나, 예산 수정안 제출해야"
찜찜한 30%…"기부 적으면 부자증세 여론 커질 수도"
(1) 국민 편가르기 하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자발적 기부운동을 지원금에 결합하는 게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과 정부는 전 국민에게 코로나지원금을 지급하되 소득 상위 30%를 상대로는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겠다는 절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지급하자며 ‘전 국민 지급안’에 반대해왔다.
(2) 실효성도 ‘글쎄’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통합당)은 “상위 30%를 가려내 안내하고, 기부를 유도하는 절차를 거친 뒤 이들이 수긍해 기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대책”이라며 “시행 과정에서 엄청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부 동참 비율이 높지 않을 경우 사회적 논란만 일으키고 재정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도 기부 인원이 얼마나 될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기부 열풍’이 불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대변인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라 예측치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3) ‘기부의 정치화’ 비판도
자발성이 전제가 되는 기부를 정부가 나서 유도하는 일이 바람직하냐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타심의 발로’인 기부가 정치화되면서 기부의 참뜻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정부의 기부 유도 자체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정책 공급자들 사이에서 혼선이 발생하니까 국민에게 떠민 것”이라며 “정부가 프로세스를 마련할 수는 있지만 대전제는 국민의 자발성”이라고 했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선 공무원과 공기업 간부를 중심으로 한 기부운동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공무원만 해도 100만 명”이라며 “(이들을 중심으로 한) 캠페인이 펼쳐질 수 있다”고 했다.
(4) 유도 방식도 혼선
기부를 유도할 방안으로 나온 ‘세액공제’가 가능한지를 두고서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통합당은 지원금 반납분에 대한 세액공제 방안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을 안 받겠다고 해서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은 현행 세법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비상시국이라고 해도 국회가 엄연히 가동되고 있다”며 “법률에 없는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원금 반납 행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기부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정 기부금 요건이 된다고 본다. 다만 박 대변인은 “법정기부금 정의 자체는 만족시키는데, 그렇게 해석하는 게 적절할지는 기재부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아니라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5) 수정안 제출 두고도 이견
추가경정예산 수정안 제출에 대해서도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려면 현재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 7조6000억원에 더해 3조~4조원가량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정부의 수정안 제출 없이 국회에서 추가적인 내용을 논의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수정안을 요구해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일부 증액을 해서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며 “새로 예산 편성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고은이/김소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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