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물류창고로 삼는 곤지암 메가허브센터./사진=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물류창고로 삼는 곤지암 메가허브센터./사진=CJ대한통운 제공
국내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fulfillment) 사업에 뛰어들면서 쿠팡의 '로켓배송' 생태계에 균열을 낼지 주목된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의 상품에 대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지난19일 밝혔다.

풀필먼트는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상품을 주문해 배송받기까지 걸리는 모든 물류 과정을 물류업체가 대행하는 일괄 서비스다. 판매업체가 아닌 택배사 물류창고에 재고를 보관해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사에서 물건을 바로 포장해 배송할 수 있다.

기존에는 오후 3시 정도까지 주문을 완료해야 다음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었지만, 풀필먼트로 인해 자정에 물건을 주문해도 다음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e커머스업계에서는 배송시간을 줄여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을 꾀하는 업체들의 풀필먼트 서비스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가 확대되면 CJ대한통운이 쿠팡 '로켓배송'에 견제구를 던지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다른 온라인쇼핑몰에서 물건을 밤늦게 구매해도 상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면 굳이 쿠팡에서 물건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은 물류 인프라가 이미 잘 구축되어 있어 비용적인 측면에서 쿠팡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해 물류창고를 짓고 쿠팡맨을 고용하느라 적자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은 이미 곤지암을 비롯해 각 지역에 물류거점이 있다. 배달 인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초기 지출 비용이 쿠팡만큼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현재까지 3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성공적으로 풀필먼트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지는 의견도 존재한다. 일단 구매물품 편의성과 다양성이다. 풀필먼트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쿠팡이나 네이버, 다음, G마켓 등 오픈마켓보다 월등히 적은 탓이다. 지금은 LG생활건강 뿐이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이 계약을 맺는 거래처가 늘어나면 물류창고의 크기도 커져야 하는데 해당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물류창고로 삼는 곤지암 메가허브센터는 2~4층 규모로, 연면적 11만5500㎡다. 국제규격 축구장 16개 크기와 맞먹는다. 지상1층, 지하 1층에는 자동화물류기를 설치했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 거점 지역 캠프를 포함하면 축구장 190개 면적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곤지암 물류센터의 12배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있는 셈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고객사가 LG생활건강 하나뿐이기 때문에 물류센터의 크기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풀필먼트 사업을 확장하려면 물류센터 건립과 비용의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