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추진 언급…국내서는 2017년 등재신청 대상 선정
기록유산제도 개선 미뤄져 신청서 미제출…2천700점 넘을 듯
세계기록유산 등재 앞둔 민주화 증거 '4·19혁명 기록물'
19일 60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4·19혁명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언급하면서 자료 현황과 등재 과정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4·19혁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에서 벌어진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고 전 세계 학생운동의 시작"이라며 4·19혁명 정신을 인류에게 남기기 위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4·19혁명 기록물은 2017년 2월 문화재위원회에서 '동학농민혁명 기록물'과 함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

4·19혁명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및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신청한 4·19혁명 기록물은 1960년 2월 28일 대구 시위를 시작으로 3·15 부정선거 이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까지 전개 과정, 혁명 이후 결과와 관련된 기록물을 지칭한다.

국가기관과 국회, 정당이 만든 자료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 개인 기록, 수습 조사서, 각종 사진과 영상 등 약 2천700점으로 구성된다.

소장 기관은 국가기록원과 국회, 대학 박물관, 기념 사업회, 개인 등이다.

세계기록유산은 본래 2년에 한 번씩 각국이 신청한 기록물을 국제자문위원회(IAC)가 심사해 등재한다.

예정대로라면 4·19혁명 기록물은 지난해 등재 여부가 결정돼야 했지만,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어서 등재 절차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박형빈 문화재청 학예연구관은 "유네스코가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세계기록유산 제도 개선을 2015년부터 추진했다"며 "2017년에 나온 제도 개선안이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승인을 받지 못했고, 그해 12월 신규 신청서 접수가 중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이사회가 올해는 제도 개선을 마무리한다는 일정을 세웠는데,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순연될 가능성도 있다"며 "제도 개선이 정상적으로 끝나면 내년 상반기에 4·19혁명 기록물 신청서를 제출해 2022년 하반기에 등재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네스코가 표면적으로는 '제도 개선'을 이유로 세계기록유산 등재 작업을 멈췄지만, 세계기록유산 제도가 한국·중국 등이 일본과 첨예하게 갈등을 빚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문제와 맞물려 있어 절차가 또다시 미뤄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세계기록유산 신청서가 정상적으로 제출되면 4·19혁명 기록물 등재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전 세계에 있는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1997년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는 16건을 보유한 기록유산 강국이다.

현대 기록물 중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과 '새마을운동 기록물',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을 등재한 경험도 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앞둔 민주화 증거 '4·19혁명 기록물'
한편 문화재청은 세계기록유산 등재와는 별도로 4·19혁명 유물을 이른바 '근대문화유산'으로 불리는 등록문화재로 만드는 정책도 진행 중이다.

지자체와 유관기관 추천을 받아 4·19혁명 유물 179건을 발굴했고, 그중 기록물 7건을 우선 등록 추진 대상으로 정했다.

여기에는 4·19혁명 참여 고려대 학생 부상자 명단, 연세대학교 4월 혁명연구반 수집 자료, 부산일보 허종 기자가 촬영한 김주열 사진, 자유당 부정선거 자료, 이승만 사임서, 마산 지역 학생 일기, 동성고 이병태 학생이 쓴 일기 '내가 겪은 4·19 데모'가 포함됐다.

정유진 문화재청 사무관은 "연세대 4월 혁명연구반이 작성한 조사서는 전체 분량이 5천 쪽에 이를 정도로 많다"며 "4·19혁명 유물의 문화재 등록 추진 사실이 알려진 뒤 관련 문화재 소장자가 개별적으로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관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기록물 수는 신청서 작성 과정에서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